서열 무시한 보직 역전 놓고 시끌
사장 눈 밖에 난 간부 보복 논란
“저성과자를 적폐로 몰아” 반발도
사측 “성과 중심 혁신 인사” 해명
‘혁신이냐, 보복이냐.’
3일자로 단행된 광주시도시철도공사 하반기 정기 전보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갈수록 가관이다. 이날 공사 안팎에서 “혁신을 빙자한 보복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자 공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펄쩍 뛰었다. 공사는 해명자료까지 내어 “성과가 미흡한 일부 보직자 등에 대해 과감하게 그에 상응하는 전보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사 내부에선 때맞춰 “원칙 없는 막장 인사”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공사는 이것 역시 “근거 없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인사권자와 피인사권자들이 인사를 두고 볼썽사나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엔 서열을 무시한 보직 역전이 자리잡고 있다. 공사는 1급인 고객본부장 A씨를 같은 직급 내 하위보직인 종합관제실장으로 내리고, A씨 밑에 있던 기획조정처장(1급) B씨를 신임 고객본부장으로 올렸다. 졸지에 선배가 후배 밑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공사는 또 2급 영업팀장과 문화홍보팀장을 각각 선임역장으로 내려 보냈다. 이런 연공서열 파괴 인사는 앞서 1월에도 있었다. 당시 공사는 처장급인 1급 승진자가 있는데도 2급 팀장을 처장에 앉혀 1급이 2급 밑에서 일을 하도록 했다.
공사 측은 이에 대해 “직제규정상 본부장은 1급, 처장ㆍ실장ㆍ팀장은 1급 또는 3급, 선임역장은 2급 또는 3급이 각각 맡게 돼 있어 A씨의 전보 인사엔 문제가 없다”며 “이번 인사는 일과 성과 중심 평가를 통한 조직활성화와 경쟁력 제고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가 지난 수년간 공사 내 1급 보직자 근무성적 평정과 직원 다면평가에서 1위를 해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복인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A씨는 지난해 8월 외부인사 청탁 의혹이 불거졌던 무기계약직 채용을 둘러싸고 사장과 의견 충돌을 빚은 이후 사장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를 두고 공사가 “조직 내 혁신을 반대하는 일부 기득권 세력 및 저성과자들의 저항이 있어 혁신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히면서 되레 직원들 반감만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업무평가 시스템이 객관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저성과자 등을 일방적으로 적폐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태도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무기계약직 채용 비리 의혹과 보은 인사, 성희롱 축소 은폐 의혹 등으로 올해 들어 3개월 간격으로 두 번이나 기관장 경고를 받은 사장이 겸허한 자기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마치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사를 하면 조직의 화합만 깰 뿐”이라며 “취임 1년 만에 공사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간 사장이 과연 무슨 혁신을 했는지 따져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공사 내부에선 사장의 리더십 부재를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직원은 “인사 때마다 이렇게 잡음이 새어 나오는 것 자체가 회사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사장의 ‘조직 관리’ 능력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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