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설가 가쿠다 미쓰요 에세이 출간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요즘 고양이는 ‘현상’에 가깝다. 고양이 책도 많이 나왔다. ‘종이달’, ‘공중정원’ 등으로 이름난 일본 소설가 가쿠다 미쓰요(51)도 한 권을 보탰다.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제목의 고양이 에세이. 고양이의 자태를 찬미하는 책도, 고양이와 동거하는 법을 알려 주는 책도, 고양이로 철학이나 과학 하는 책도 아니다. “보들보들하고 조그마한 생물에게 날마다 놀라고 배우는” 이야기다. 힘 빼고 쓴 글이 다정하고 편안하다.
저자는 개를 더 좋아했다. 개의 “과잉한 애정”을 높이 샀다. 생후 3개월 암컷 고양이 토토를 입양한 건 우연이었다. “고양이는 병도, 집도, 스스로 선택해서 태어나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수의사 말처럼, 어쩌면 운명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예측 가능한 전개. “울어 버릴 것 같았다. 얼마나 귀여운가. 아아,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저자는 고양이를 위해 못 할 게 없는 충성스러운 집사가 됐다. 조립 공포증을 떨치고 다섯 시간에 걸쳐 캣타워를 조립하는 건 일도 아니다.
토토는 저자에게 깨달음이다. 토토가 욕조 물을 잘못 틀어 익사하지 않을지, 세탁기 안에 들어갔다 어쩌다 스위치가 눌려 빙빙 돌지 않을지,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이 닫혀 떨지는 않을지, 저렇게 많이 자도 괜찮을지… 마음을 졸인 끝에 “사랑하는 것이 생긴다는 것은 이렇게도 무서운 것이 늘어나는 것이고, 이렇게도 비이성적인 상상력이 단련되는 것이라는 걸” 되새긴다.
그리고 ‘이해한다는 것’을 깊이 이해한다. ‘인간’은 ‘말이 안 통한다’며 화를 내곤 하지만, 말은 소통의 전부가 아니다. “(토토와) 말로 대화하지 않아도 된다. 눈에 보이는 대로 추측하는, 그런 이해법으로 충분하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이별할 때도 그렇게 정연하게 얘기한 적이 없다. 그 사람이 해 주길 원하는 것을 해 줄 자신도 없다. 말이 통한다 해도 씁쓸한 후회뿐. 슬픔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토토와 살면서 저자는 이런저런 편견을 조금씩 덜어낸다. 고양이는 “변덕스럽고, 새침하고, 제멋대로이고, 외로움을 즐기는” 동물이라는 생각은 입양 하루 만에 깨졌다. 토토는 “대부분 받아들여 주고 용서해 주는” 애교 많은 고양이다. ‘고양이란…’이라는 선입관이 무의미하다면, ‘요즘 애들이란…’, ‘애 엄마들이란…’ 도 마찬가지 아닐까. 개와 고양이의 우열을 가리고, ‘개파’인지 ‘고양이파’인지를 따지는 버릇은 어떤가. “개도 고양이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온순한 건 개고 영리한 건 고양이일까. 개도 고양이도 영리하지만, 간혹 멍청한 애도 있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더 보태자면, 멍청한 애는 멍청해서 귀여워…”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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