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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해놓은 게 없는데…" 세월호 팽목분향소 정리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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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해놓은 게 없는데…" 세월호 팽목분향소 정리 '씁쓸'

입력
2018.09.0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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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팽목분향소가 설치된 지 3년7개월 만에 정리될 예정인 가운데 2일 아이들과 팽목항을 찾은 한 부모가 '세월호 추모 조형물' 앞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뉴스1
전남 진도 팽목분향소가 설치된 지 3년7개월 만에 정리될 예정인 가운데 2일 아이들과 팽목항을 찾은 한 부모가 '세월호 추모 조형물' 앞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뉴스1

'사랑하는 아들아! 너희들이 있던 이곳도 이제는 정리를 한다고 한다. 아직도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는데 너희들이 잊혀질까봐 두렵단다. 아들아! 보고싶다.' -2018.8.31 엄마가-

2일 전남 진도 팽목분향소 방명록 마지막 페이지엔 '팽목분향소' 정리를 앞둔 엄마의 절절한 심정이 담겨있다.

지난달 31일 동거차도 인양감시 초소를 철거하기 위해 팽목항에 도착한 단원고 희생학생 어머니가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다.

팽목분향소. 바다에서 올라온 아이가 맨 먼저 부모와 만났던 곳, 차디찬 아이를 껴안으며 부모의 눈물이 넘쳤던 곳, 산자와 죽은자가 만났던 자리에 세워진 팽목분향소가 마지막 정리를 한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3일 오후 팽목분향소를 정리한다.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사진과 유품을 안고 떠날 예정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선체 인양과 해저면 수색이 끝나면 팽목항 분향소를 정리하겠다고 진도군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철거를 결정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4년5개월, 분향소 설치 3년7개월, 세월호가 인양된 지 1년5개월 만이다.

팽목분향소는 세월호 참사 발생 9개월 만인 2015년 1월14일 오후 4시16분 팽목항 인근 부지에 컨테이너 2동을 이어 붙여 마련했다.

당시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의 시신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팽목분향소가 설치된 공간은 전남도가 추진하는 진도항 2단계 개발사업 구간으로 여객선터미널 등 항만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참사로 공사는 중단됐고 4〮16가족협의회와 진도군은 세월호 인양 때까지 분향소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인양이 끝나고 4월16일 합동영결식까지 마무리된 만큼 협의를 통해 철거를 결정했다.

팽목분향소는 사라지지만 팽목항 '기다림의 등대'와 추모조형물은 그대로 보존된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농성장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상징성을 고려해 그대로 유지한다.

세월호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던 팽목분향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소식에 시민들도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광주에서 온 김현민씨(41)는 "팽목항 분향소가 없어진다는 기사를 보고 찾아왔다"며 "진도군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발이 필요하겠지만 아직 5명이 돌아오지 못했고, 아픈 기억이 있는 장소였던 만큼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팽목항 한 주민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가족들의 결단으로 팽목항의 개발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며 "팽목항 분향소가 없어지겠지만 다른 한 곳에 비석을 세우거나 인근에 추모할 곳을 만드는 등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게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팽목분향소가 정리된 자리에 추모공간이 들어설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진도군은 정부와 세월호 가족 등과 협의를 거쳐 추모조형물이나 안내표지판 마련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동진 진도군수가 군수 후보시절 팽목항 세월호 공원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고도 외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공간이던 전남 진도 팽목분향소가 3일 정리된다. 2015년 1월14일 오후 4시16분 설치된 지 3년 7개월여 만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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