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강점 제시하며
직무에 도움 될 경험 전달해야
은행의 기본 덕목은 신뢰
과장하기보다 솔직한 답변 필요
직무에 필요한 역량 이해 필수
자소서에 충실히 반영해 작성을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선 은행 부스마다 현장면접이 한창이었다. A은행에 지원한 B씨는 “부동산 전문 자산관리사(PB)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면접관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B씨는 구체적 분석 없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뭉툭한 답변을 내놨다. 이 은행 인사담당자는 “본인 소개를 통해 면접관의 관심을 유발한 것까진 좋았는데 정작 관련 질문엔 만족할 만한 답을 하지 못했다”며 “면접관 입장에선 ‘준비가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높은 연봉과 안정적 근무환경으로 취업준비생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히는 은행권. 특히 올해는 은행들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호응해 지난해보다 60% 이상 많은 4,800여 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하면서 취업 경쟁이 한층 뜨거워진 양상이다. 입행(入行)에 들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취업의 문에서 판관 역할을 하는 은행 인사담당자들의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다수의 은행 인사 담당자들과 취업 전문가들은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면접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제시하되 단순히 경험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선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정호 IBK기업은행 채용담당 대리는 “내가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며 발전했으며, 이러한 경험이 은행 입사 후 어떤 직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승전결’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년 경력의 최진희 취업컨설턴트는 실제 합격 사례를 들었다.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은행 지원자는 면접에서 “점포에 빵이 매일 남기에 이유를 알고자 지역 상권을 분석해 보니까, 돈이 없는 학생들이 많은 대학가라 선물용 제품, 특히 포장 하나에 빵이 4개 담긴 제품이 많이 남았다”며 “매니저에게 제안해 2개씩 낱개 포장으로 바꿨더니 이후에는 매진됐다”고 답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최진희 컨설턴트는 “편의점이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고객 서비스 마인드를 키웠다는 식의 뻔한 대답으론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이야기를 꾸미거나 과장하는 것은 금물이다. 면접관들은 워낙 많은 지원자를 상대해온 터라 금세 진실성을 의심할 수 있고 여차하면 한두 차례 질문을 통해 거짓말을 들출 수도 있어서다. 은행이 제시한 인재상에 맞춰 외운 듯한 답변도 지양해야 한다. 권혁호 KB국민은행 인력지원부 팀장은 “은행의 기본 덕목은 신뢰이기 때문에 본인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원 동기를 묻는 질문에 ‘어렸을 때부터 ○○은행을 자주 방문해서 지원했다’ ‘사람 대하는 일이 좋다’는 식의 뻔한 답변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허승혁 NH농협은행 인사부 과장은 “‘농협과 거래하면서 이런 점이 좋아 지원했다’ 등 우리 회사를 선호하는 자신만의 경험과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무진 우리은행 인사부 차장은 “우리은행이 전략적으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유럽 지역에 진출하고 있는 점을 알고 해당 지역 언어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운 지원자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일반화된 만큼 면접 질문의 기반이 되는 자기소개서(자소서)를 보다 충실히 작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특히 자신이 맡게 될 직무나 이에 필요한 역량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취업멘토링 기업 코멘토에 따르면 특정 직무에서 인사담당자가 기대하는 성향과 강점이 자소서에 잘 드러나는 경우(완전 일치)는 15%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부분 일치(70%) 또는 불일치(15%)였다. 이강권 코멘토 팀장은 “소통이나 갈등 해결 능력 등을 요구 받는 영업직에 지원하면서 최근 영업 트렌드나 업계 전문적인 지식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품개발이나 사업기획에 더 어울리는 역량”이라고 지적했다.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는 “지원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며 마인드맵(생각의 지도)을 그려본 뒤 자신과 우리 회사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말이나 태도로 감점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취업컨설팅 13년 경력의 이혜영 화인서비스아카데미 부원장은 “한 구직자가 ‘막힘 없이 답변했는데 면접관 표정이 일그러졌다’며 상담을 청했는데 말투가 제게도 공격적으로 느껴졌다”며 “면접 스터디를 만들어 서로 스마트폰으로 면접 장면을 촬영해 매주 비교해보면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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