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까지 넥센에서 뛰었던 박윤(30)이 은퇴 후 미국에서 야구 인생 제2막을 열었다.
2017시즌 후 넥센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진 박윤은 다른 팀들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지 못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2월말 미국 연수를 결정했다. 애리조나 랭귀지 스쿨에서 영어를 배웠고, 5월말 성민규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의 도움을 받아 루키팀 메사 컵스의 인턴코치로 합류했다.
박윤은 “현역 시절부터 선진 시스템을 느껴보고 싶었다”면서 “은퇴 후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는데, 바로 좋은 기회가 왔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아버지 박종훈 한화 단장을 따라 미국에서 잠시 생활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영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컵스 관계자는 “영어가 능통하고 배우고자 하는 열정도 크다”며 “주위 코치들과 지식, 노하우를 스폰지처럼 빨아들인다”고 칭찬했다.
홈 경기 때 박윤의 일과는 오전 10시에 시작한다. 기상 후 영어 공부를 한 다음 12시에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코치들도 체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개인 운동도 틈틈이 하고, 오후 7시에 시작하는 경기를 준비한다. 경기 종료 후엔 경기 리포트 작성법을 배우고, 코치들과 경기 관련 대화를 나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정이 넘는다.
박윤은 “팀에 에너지 넘치는 남미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덩달아 나도 열정이 차오른다”며 “선수는 본인만 신경 쓰면 되지만 코치는 경기 전체 흐름을 보고 승부처나 위기 상황 대처 등 순간 순간을 잘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이 미국 연수를 결정한 계기는 샌디에이고의 정식 코치가 된 홍성흔 코치를 보면서다. 그는 “홍 코치님이 도전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버지도 미국 연수를 추천했다”면서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야구 지식을 확실히 쌓고 돌아가려고 한다. 잘못된 지식은 선수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야구 본고장의 큰 세상을 바라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야구를 떠나 한 사람으로서 성숙한 과정을 밟고 싶다”고 말했다.
2007년 SK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2011년부터 6시즌 동안 1군에서 뛰었던 박윤은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1군 통산 성적은 56경기 출전에 타율 0.188(101타수 19안타) 4타점에 그쳤다. 2군에서는 2017시즌 타율 0.373에 10홈런 45타점, 2016시즌 타율 0.294 13홈런 74타점, 2015시즌 타율 0.348 16홈런 68타점 등으로 펄펄 날았지만 1군에만 오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윤은 “현역 생활에 대한 미련은 없을 수 없다”면서도 “다른 선수들은 커리어를 계속 쌓아갈 테지만 나는 나의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을 살려가려고 한다. 1, 2군 성적 차이는 스스로의 문제였다. 더 강하게 이겨냈어야 했다. 정신적으로 강한 선수가 살아남는다. 이것은 여기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컵스 루키 팀엔 반가운 한국인이 한 명 더 있다. 한국에서 퍼스널 트레이너로 지냈던 최환준(30)씨는 이 곳에서 체력 코치 연수 중이다. 한국에서 체육학으로 석사 학위까지 받고 많은 운동 선수의 퍼스널 트레이너로 활동하다가 더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배우기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5월초에 합류한 최씨는 “마이너리그는 눈물 젖은 빵을 먹는다고 들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 식사나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이 정말 좋다”며 “훈련 분위기도 좋고, 나이와 직책 상관 없이 자유분방하다. 모두 파이팅도 넘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난 3년간 일반인과 엘리트 선수들의 퍼스널 트레이닝을 했지만 야구를 좋아하고 프로 구단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이 곳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과 재활 프로그램 등을 잘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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