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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멈춰 있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 만나봐야 빈손 불 보듯
북미 사이서 입장 전해주고 받고
대화 재개 조력자ㆍ촉진자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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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9ㆍ9절 이전 특사 수용 긍정적
이번에도 정의용ㆍ서훈 1순위 거론
9월 5일 평양에 파견되는 대통령 특별사절단의 주요 임무는 청와대 측 발표대로 남북 정상회담 일정 협의다. 현재 남북은 8월 13일 열린 고위급회담을 통해 9월 안에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해 둔 상태다. 당연히 정상회담 의제 관련 의견도 주고받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남북이 조금 더 긴밀하게, 농도 있는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라고 특사단 파견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더 핵심적인 이번 특사단 파견의 배경은 비핵화ㆍ평화체제 교환 협상의 교착이라는 북미관계 현안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멈춰 있는 북미 협상이 다시 굴러가도록 만들어야만 벌써 세 번째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에서 수확할 만한 결실이 맺어질 수 있다고 청와대 측이 판단했으리라는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상태로 그냥 뒀다가는 정상회담이 실무회담으로 격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지금 북미관계가 안 풀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열어봐야 손에 쥘 수 있는 게 작아진다”며 “특사 파견은 그런 부분들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감안할 때 정작 특사단이 해야 할 일은, 연기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9월 중순쯤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성사될 수 있도록 양측의 이견을 좁히는 조율 작업일 공산이 크다. 김 교수는 “특사 파견을 통해 북미 협상을 좀 풀어서 적어도 남북 정상회담 전에 폼페이오 장관 방북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게 청와대 의도인 것 같다”며 “현재 북미 양측이 서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는 곤란한 상황이라면 우리가 둘 모두 반 발이라도 뻗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조력자 내지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사단의 대북 논의는 북미가 서로 주고받을 비핵화 및 대북 안전보장 조치에 집중될 것으로 짐작된다. “남북 정상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와 미국 측이 상시적으로 긴밀하게 정보 교환을 하고 있는”(김의겸 대변인) 만큼 미측 입장을 북한에 전달하고 북측이 뭘 원하는지를 청취하는 게 특사단의 중요한 역할이 될 듯하다. 때문에 조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며 “특사단은 방북 결과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곧바로 미국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을 다시 협의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월 9일(9ㆍ9절) 이전 대북 특사단 파견 제안을 수용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중간선거일인 11월 6일이 지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판을 깨지 않기 위해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올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구면(舊面)을 선호하는 만큼 특사단 면면은 3월 5~6일 방북했던 1차 특사단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시 특사단은 수석 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5명으로 꾸려졌다.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로 특사단을 꾸리되, 남관표 안보실 2차장을 포함시키고 다른 한 명을 빼는 식의 소폭 조정이 이뤄질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겠지만 큰 변화가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올 신년사에서 ‘민족 대경사’라고 특별히 강조한 9ㆍ9절이 임박한 시점인 만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파견하는 파격을 선뵐 가능성도 거론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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