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블로킹의 주인공 서재덕(29)은 “심장 떨려 죽겠다”며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는 “4년 전 아시안게임 생각이 너무 나서 5세트 내내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심호흡을 연거푸 해 보아도 떨리는 목소리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이 3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배구경기장에서 펼쳐진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준결승에서 대만을 세트 점수 3-2(20-25 25-20 25-16 20-25 15-12)로 눌렀다. 5세트 막판 집중력으로 대만에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에 도전한다.
서재덕은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울었다. 준결승에서 일본을 만나 1-3으로 발목 잡혔다. 서재덕에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그가 경기 막판 백 어택 두 방을 모두 실패하며 패배에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마지막 세트 14-12에서 단독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4년전 악몽을 말끔히 씻어냈다. 그는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와 “4년 전 마지막 공격을 제가 실패해서 끝났는데, 그것 때문에 부담감이 너무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딸이 둘 있는데, 딸을 낳았을 때만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마지막 5세트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승리 전망은 어두웠다. 8-9로 뒤지던 상황에서 오심까지 나오며 상황은 악화됐다. 서재덕의 공격이 코트에 박힌 듯 보였으나 주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어 정지석(23)의 블로킹도 아웃으로 판정돼 8-10이 됐다. 선수들은 억울해 하며 동요했다. 작전 타임 이후 호흡을 가다듬은 선수들은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2-12에서 최민호(30)의 블로킹이 나왔고 14-12에서 서재덕이 단독 블로킹에 성공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결승 경기는 9월 1일 펼쳐진다. 남자 배구의 마지막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김호철 감독은 12년 만에 다시 우승 기회를 잡았다. 서재덕은 “목숨 걸고 금메달을 따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자카르타=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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