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털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이 현장감식 도중 피해 가정의 돈을 훔쳤다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송유림 판사는 절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서울 한 경찰서 소속 김 모(54) 경위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경위는 지난해 10월6일 '여행 때문에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피해자의 집인 서울 성북구 단독주택에 출동해 현장감식을 하던 중 4만3천엔(약 42만원)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감식 중 엔화가 담긴 돈 봉투를 발견한 김 경위는 "감식을 위해 봉투 3개를 가져가겠다"며 돈이 담긴 봉투와 빈 봉투 2개를 수거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엔화가 담긴 봉투가 있지 않았냐"고 묻자 김 경위는 "지문이 묻으니 만지지 말라"며 빈 봉투 2개만 열어서 안쪽을 보여줬다.
이후 피해자는 돈 봉투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재차 112에 신고했지만 김 경위는 동료들이 사라진 돈의 행방을 묻자 "수거한 봉투에 돈이 없었다", "기분이 나쁘다, 절대 모른다"며 부인했다.
재판에서 김 경위는 "절도범이 어질러 놓은 여러 봉투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가져갔을 뿐 돈을 훔칠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경위가 피해자에게 빈 봉투 2개만 열어 안쪽을 확인해준 점, 지폐가 9장이나 들어 있는 것을 몰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김 경위)이 경찰관으로서 의무를 위반해 이미 범죄로 피해를 본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를 발생하게 했다"고 형을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은 선고 내용을 검토한 뒤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 경위는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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