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원고, 3-1 공주고 제압
제물포고와 4강행 ‘한 판’
대구 상원고는 전신 대구상고 시절인 1973년과 1974년 봉황대기 최초로 대회 2연패에 성공한 팀이다. ‘타격의 달인’ 고(故) 장효조가 이끌던 대구상고는 당대 전국 최강이었다. 장효조는 1973년엔 타격상과 최다안타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도 타율 4할1푼2리에 도루 8개로 2년 연속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후 봉황대기와 인연이 없던 상원고가 무려 44년 만에 ‘초록 봉황’ 탈환 기회를 잡았다. 상원고는 3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계속된 제46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에서 공주고를 3-1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상원고는 마산고를 6-5로 꺾은 제물포고와 9월 1일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상원고를 포함해 전날 8강에 선착한 대구고와 경남고까지 우승팀의 향배가 좁혀질수록 영남의 득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상원고 3-1 공주고(3회 서스펜디드)
전날 우천으로 서스펜디드(일시 정지)가 선언된 경기다. 0-0으로 맞선 3회말 1사 후 상원고의 공격부터 재개됐다. 양 팀 선발 허민혁(공주고 3년)과 배민서(상원고 3년)의 호투 속에 이어지던 팽팽한 투수전의 균형은 5회에 깨졌다. 1사 후 9번 송경호(2년)의 중전안타로 찬스를 잡은 상원고는 1번 최민규(2년)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은 공주고 3루수 문승빈(3년)의 송구 실책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최민규도 3루까지 내달렸고, 2번 이금재(3년)의 1루수 땅볼 때 홈을 밟아 2-0을 만들었다.
공주고도 0-2로 뒤진 7회초 안타와 내야 땅볼로 1점을 추격했지만 8회 실책으로 허무하게 쐐기점을 내주고 말았다. 공주고는 상원고보다 1개 많은 6개의 안타를 치고도 결정적인 실책 3개가 발목을 잡았다.
제물포고 6-5 마산고(연장 11회 승부치기)
제물포고는 매 대회 복병으로 꼽히지만 전국대회 우승 경험이 없고, 봉황대기에선 4강에 든 적도 없었다. 제물포고가 끈질긴 추격 끝에 기분 좋은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역대 최고 성적을 눈앞에 뒀다. 두 팀은 9회까지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에 돌입했다. 10회초 마산고가 먼저 균형을 깼지만 제물포고도 10회말 공격에서 안타와 실책을 묶어 스코어는 다시 4-4 동점. 마산고는 11회초에도 2번 박지훈(2년)의 중전적시타로 다시 5-4로 달아났다. 그러나 제물포고는 11회말에도 7번 이주혁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더니 2사 후 터진 9번 최지민(3년)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3시간의 대접전을 마무리했다.
충훈고 7-5 청원고
일찌감치 승부가 기울었다. 충훈고는 1회초 시작하자마자 상대 연속 실책과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5번 신의진(2년)의 2타점 짜리 우중월 2루타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어 안타 2개와 4사구 2개를 더 보태 4점을 추가하는 등 1회에만 11명의 타자가 나가 6점을 몰아치면서 앞서나갔다. 청원고도 1회말 1점을 내고 2회말엔 타자 일순하며 3점을 더 보태 4-6으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난타전으로 흐를 것 같던 경기는 이내 소강 상태로 접어들어 두 팀은 1점씩만 더 보탠 채 승부가 마무리됐다. 청원고는 믿었던 선발 최재우(3년)가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5실점하며 물러나는 바람에 마운드 싸움에서 밀렸다. 충훈고는 31일 열리는 동산고-북일고의 승자와 8강에서 맞붙는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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