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품새 대표팀 신승중 감독
2011년 태권도 보급 위해 파견돼
당시 품새 선수조차 없어 새로 선발
“너의 뒤에 마스터 신이 있다고 격려
제자의 대견한 모습에 가슴이 찡해”
“지금 다시 봐도 소름이 돋네요.”
인도네시아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팀 신승중(45) 감독은 자신의 제자 데피아 로스마니아르(23)가 지난 20일 품새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하루에도 몇 번씩 돌려본다고 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인도네시아가 획득한 첫 메달인 동시에, 인도네시아 태권도 역사상 첫 종합대회 금메달이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정말 고맙다”고 인사할 만큼 뜻 깊은 수확이었다.
신 감독은 지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국기원에서 태권도 보급을 위해 선발한 파견 사범으로 인도네시아 땅을 처음 밟았다. 당시 인도네시아에는 국가대표 품새 선수도 없었다. 선수 선발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는 “띠에 상관없이 재능 있는 선수를 좀 모아달라고 했는데, 그 때 데피아를 처음 발견하게 됐다”며 “신체조건이 좋은 데다가 적극적인 의지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품새에서 중요한 손끝, 발끝 표현력이 우수해 세계적인 레벨에 올라 갈 수 있는 재능이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기량은 날로 발전했지만 쉽사리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국제대회에만 나서면 주눅이 들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실수 없이 연기를 펼치려면 그 만큼 ‘강심장’도 필요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담력을 기르기 위해 ‘무대 경험’을 쌓게 했다. 그는 “2012년부터 매년 3번 정도 시범단 공연을 하게 했는데, 선수들이 자신감이 많이 생겨 성적 향상으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데피아에게 ‘너의 뒤에는 항상 마스터 신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무대에서 모든 걸 쏟아 부으라’라고 말해줬다”며 “우승하고 우는 걸 보고 가슴이 찡했다”고 말했다.
신 감독뿐 아니라 수 많은 한국 태권도 지도자들이 각국에 나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낸 태국에는 이나연 감독이, 은메달 2개를 따낸 이란에는 김상명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다른 나라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한국을 상대하니 마음이 상당히 복잡했다”며 “해외 대회를 다니다 보면 한국 지도자들끼리 간단히 식사도 자주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데, 경기 전에는 서로 ‘웃으면서 살살하자’고 말해도 막상 경기장에 들어가면 온통 인상을 찌푸리며 잔뜩 긴장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기 때문에 각 나라들이 많이 연구를 하고 있고, 한국 지도자들도 많이 파견돼 실력이 다같이 향상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바라봤다.
자카르타=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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