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111년만의 더위 기록
그늘 진 계곡 쇼핑몰 등 선호
해수욕장 이용객 최대 30%↓
111년 기상관측 사상 최악을 기록한 올 여름 폭염 탓에 해수욕장의 피서객들도 급감했다. 모래가 달아오르는 해변 대신 계곡이나 워터파크, 복합쇼핑몰 등을 포함한 장소로 휴가지가 분산된 탓이다. 지난달 12일 서울에 내려졌던 폭염특보는 38일만인 지난 18일 해제되는 등 올 여름은 전국은 계속되는 폭염에 시달렸다.
크고 작은 해수욕장 93개가 포진된 강원 동해안의 경우 해수욕장 이용객은 1,846만 7,737명으로 전년(2,243만 7,518명)보다 17.7% 줄었다. 강원도 환동해본부 관계자는 “올 여름 폭염으로 그늘이 거의 없는 해수욕장 피서를 기피한 것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망상 등 동해시에 위치한 해수욕장 6곳의 이용객은 전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속초(202만 5,605명)와 삼척(313만 3,619명)에서 해수욕을 즐긴 관광객도 지난해보다 각각 32.5%, 20.4% 감소했다. 속초해수욕장에서 10년 넘게 횟집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피서객이 줄어 이렇게 장사가 안된 해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북과 전남지역 해수욕장 이용객 수도 지난해에 비해 각각 23%(4만9,702명)와 25%(33만명)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 측은 “유례없는 폭염으로 피서객들이 해수욕장 대신 하천과 계곡, 실내 물놀이 시설 등지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남도에선 올해 해수욕장 피서객 유치를 위해 전국비치발리볼대회와 해양레저스쿨, 요트학교, 스킨스쿠버 교실 등 각종 체험행사를 실시했지만 이용객은 많지 않았다.
28개 해수욕장이 있는 경남도 피서객은 지난해 75만6,000명 보다 18% 가량 감소한 61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경남도 관계자는 “기록적 더위에 피서지보다는 아예 집에서 쉬거나 복합쇼핑몰 등지에서 피서를 대신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과 제주도도 상황은 비슷했다. 해운대와 광안리 등 우리 나라 대표 해수욕장이 있는 부산지역 해수욕장 이용객은 지난해 보다 700만명 가량 줄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 전체 이용객이 지난해 4,789만명이었지만 올해는 4,090만명에 그쳤다. 해운대가 올해 1,120만명으로 지난해 1,360만명보다 17.7%가량 준 것을 비롯해 광안리는 올해 927만명으로 지난해 1,182만명보다 21.6% 가량 감소했다. 해운대해수욕장 한 상인은 “낮에 파라솔을 빌리는 사람도 예년의 절반 이하로 적었다”고 말했다.
반면 해운대해수욕장이 오후 6시인 입욕 시간을 3시간 연장해 오후 9시까지 야간에 운영한 ‘달빛 수영’ 구역의 이용객은 크게 늘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 임해행정봉사실 인근 200m 구간에 마련된 이곳에는 개장 기간 동안 10만명이 넘게 몰렸다. 문준태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사업소 주무관은 “한낮 뙤약볕을 피하려는 야간 입욕객 수가 올해 운영 기간이 이틀 길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1만6,101명에서 올해 2만6,500명으로 65%가량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속초=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