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놀이터에서 초등학생을 유괴, 살해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18세 소녀(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또래 여중생을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집단 폭행한 뒤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10대들(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여고생을 야산으로 불러내 집단 폭행하고 감금한 청소년들(관악산 여고생 폭행 사건). 이들은 왜 이토록 잔인해졌을까.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태연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심지어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하는 이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내 주위에는 왜 욱하는 사람들이 많은걸까?
오카다 다카시 지음ㆍ최용우 옮김
세종서적ㆍ308쪽ㆍ1만5,000원
일본의 유명 정신과 의사인 오카다 다카시가 쓴 책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도 20여년 동안 일본 비행청소년들을 상담해 오는 일을 하다 아이들에게 발생한 문제를 정신의학적인 진단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과거에는 불우한 가정형편이나 피해의식 등 사건을 일으킬 만하다고 납득할 만한 배경이나 원인이 존재했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기존의 기준에 비춰봤을 때 눈에 띌 만한 환경적인 문제나 정신장애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봤다. 그는 이 같은 범죄의 원인이 끔찍한 자기애(과대자기)에서 오는 ‘과대자기증후군’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평범한 한 아이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이 증후군에 잠식될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들의 특징을 5가지로 꼽는다. ▦현실감의 결여 ▦유아적인 전능감 ▦타인에 대한 비공감적 태도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분노 ▦쉽게 상처받고 상처에 사로잡혀 있는 점 등이다. 이 특징들이 나타나는 이들은 불안정한 애착과 자기애 문제와 연결돼 있었다고 저자는 파악했다.
예컨대 미국 대통령이던 빌 클린턴은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 아래에서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으며 컸는데 이런 불안정한 애착 환경 탓에 자기애가 너무 커져 불륜을 저지른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이밖에 저자는 자신이 접했던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이 같은 특징을 깊게 설명하면서 치열한 경쟁과 가족간 유대관계 약화 등 현대사회가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기애가 넘치는 이 시대에 비뚤어진 자기애가 초래할 수 있는 극단적인 현상에 대해 경고를 하지만, 과대자기증후군을 잘 이용하면 오히려 마하트마 간디, 버락 오바마 등처럼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조언도 들어 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