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2008년 AS모나코 이적때
구단에 병역 문제 통보 안해
AG 차출 놓고 실랑이 사례
이후 한국선수 계약땐 병역 챙겨
토트넘, 리우 이어 AG 차출 협조
“21개월 잃지 않으려 1개월 양보”
한국과 일본이 9월 1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맞붙는다. 2012년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도 한국은 일본과 맞붙었다. 병역 특례(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문턱에서 ‘숙적’ 일본과 만난 점이 같다.
6년 전에는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 소속이었던 박주영(33ㆍ서울)이 화두였다. 1985년생인 그는 런던올림픽 동메달이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손흥민(26ㆍ토트넘)의 처지가 비슷하다. 1992년생인 그가 이번에 금메달을 못 따면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 힘들어진다.
박주영이 런던올림픽 대표에 선발될 때는 반대 여론이 엄청났다. 전에 AS모나코에서 뛰었던 그가 모나코 공국으로부터 영주권을 받아 만 37세까지 병역을 미룰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주영을 와일드카드 1순위로 염두에 뒀던 당시 사령탑 홍명보 감독은 크게 당황했다. 모든 접촉을 피한 채 두문불출하던 박주영을 홍 감독은 공개 석상에 데리고 나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같은 대학 출신의 애제자에게 병역 면제 기회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에도 홍 감독은 “박주영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 뽑는 것일 뿐”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손흥민은 이번 선발 과정에서 잡음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손흥민 병역 해결’을 기원하는 목소리도 꽤 높다. 6년 전 박주영은 아스널의 후보 선수였지만 손흥민은 EPL에서도 인정하는 톱 클래스 공격수라는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런던올림픽 초반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하던 박주영은 일본과 3,4위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상대 수비 3명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환상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2-0 승리를 이끌었다. 동메달을 목에 걸자 반대 여론은 잦아들었다.
손흥민도 금메달을 향해 순항 중이다. 1득점뿐이지만 킬 패스로 벌써 도움을 3개나 올렸다. 무엇보다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플레이가 눈에 띈다. 그는 결승을 앞두고 “여기서 지면 바보”라며 굳은 결의를 보였다.
사실 손흥민은 본의 아니게 ‘선배’ 박주영 덕을 보고 있다. 박주영은 2008년 AS모나코로 이적할 때 추후 병역 걸림돌이 있을 거란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 모나코는 박주영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요청하자 “아시안게임이 도대체 무슨 대회냐. 왜 한창 시즌 중 가야 하느냐”며 황당해했다. 박주영은 전후 사정을 실토한 뒤 구단과 최후의 담판을 지은 끝에 겨우 광저우로 향할 수 있었다.
이후 유럽 구단들은 한국 선수와 계약할 때 병역 여부를 꼭 챙긴다. 계약기간 도중 군에 가 버려 이적료를 한 푼도 회수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한국 선수들도 올림픽, 아시안게임대표팀에 뽑히면 차출에 협조해 달라고 구단에 미리 양해를 구한다. ‘박주영 학습효과’인 셈이다. 토트넘이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두 번이나 손흥민을 보내준 건 입단 때부터 사전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는 “토트넘은 손흥민을 21개월(군 복무) 동안 잃지 않기 위해 1개월 공백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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