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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운전의 즐거움을 살려주는 존재, 푸조 '308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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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운전의 즐거움을 살려주는 존재, 푸조 '308 GT'

입력
2018.08.3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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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308 GT와 함께 강원도의 내린천로를 달렸다.
푸조의 308 GT와 함께 강원도의 내린천로를 달렸다.

직업의 특성 상 매년 정말 많은 차량들을 시승하고 경험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는 60마력도 되지 않은 낮은 출력의 차량을 경험하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통제된 서킷에서 700마력을 웃도는 '압도적인 출력'을 내는 고성능 차량 또한 경험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대중들의 인식과는 완전히 다른 가치, 감성을 제시하는 존재도 있고 알려진 것보다 실망스러운 움직임을 연출하는 차량들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차량을 경험하는 와중 늘 머리 속에 맴도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좋은 드라이빙이라는 건 무엇일까?'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인 질문을 해결해줄 수 있는 하나의 존재를 만났다. 바로 강원도 인제의 산길 속에서 푸조 '308 GT'과 함께 하게 되었다.

과연 푸조 308 GT가 '좋은 드라이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단서, 답변을 줄 수 있을까?

180마력의 디젤 엔진을 품은 308 GT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푸조 308 GT의 보닛을 열고 그 내부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푸조 308 GT는 PSA 그룹의 대표적인 디젤 엔진은 블루HDi 디젤 엔진을 탑재한다. 푸조 308 GT는 180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내는 2.0L 블루HDi 디젤 엔진과 EAT6 '6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전륜으로 출력을 전한다.

드라이빙이라는 감성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사실 엔진의 리스폰스나 질감, 소음 및 진동 등이 강한 블루HDi 디젤 엔진을 탑재한 308 GT보다는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하여 드라이빙의 날렵한 감성과 더욱 가벼운 움직임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308 GTi이 더 궁금하지만 주어진 현재에 만족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푸조 308 GT의 무대, 인제 내린천로

푸조 308 GT가 달릴 무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무대는 바로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내린천로'로 낙점되었다. 내린천로는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내린천'을 따라 이어지는 국도로 고저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연이어 굽이치는 매력적인 드라이빙 코스다. 게다가 이 도로는 익숙하다.

어느새 국내 모터스포츠의 주요 무대 중 하나가 되어버린 '인제스피디움'을 오가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간이다. 실제 동홍천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인제군청을 지난 다음부터, 혹은 동서고속도로 인제톨게이트를 빠져나온 이후부터 한참 동안 마주하게 되는 구간이다.

기대 이상의 디젤 엔진, 블루HDi

대중들은 디젤 엔진이라고 한다면 폭스바겐의 TDI 엔진과 BMW의 디젤 엔진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두 브랜드의 디젤 엔진이 마치 글로벌 디젤 시장을 대표하는 것처럼 언급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에 반대한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인제니움 디젤 엔진도 매력적이고, 또 역사와 전통 그리고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PSA 그룹의 블루HDi 디젤 엔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실제 내린천로를 달리는 과정에서 푸조 308 GT와 그 안에 자리한 블루HDi 디젤 엔진의 매력은 상당했다. 강력한 출력은 아니지만 디젤 엔진치고는 상당히 경쾌하면서도 부드러운 출력 전개와 엔진의 질감이 돋보인다. 차량의 공차중량도 1,400kg 대 중반에 있어 내린천로를 질주하기엔 '필요 충분한 수준'을 충족시킨다.

특히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을 때의 느낌도 느낌이지만 가속을 충분히 한 후 엑셀레이터 페달을 떼는 순간에 느껴지는 그 즐감도 상당히 매력적이라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참고로 푸조 308 GT의 제원 상 가속력은 정지 상태에서 8.4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다. 수치적으로 본다면 GT라는 트림 네임에 비해서는 강렬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가속력을 즐기려고 와인딩에 나서는 건 아니다. 그리고 막상 연속으로 굽이치는 내린천로를 바라보고, 또 주행을 이어가 본다면 308 GT가 갖고 있는 180마력, 40.8kg.m 이상의 출력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EAT6의 존재감, 그리고 만족감

주행에 있어서 변속기의 존재감은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엔진의 출력 전개나 출력 수준이 평이한 수준인 308 GT의 경우에는 변속기가 자칫 발목을 잡증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푸조 308 GT에 탑재된 EAT6 변속기는 제몫을 다한다.

에코 모드 및 노멀 모드에서는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는 편이지만 센터터널의 스포츠 버튼을 꾹 누르면 계기판을 붉게 물들이며 조금 더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모드가 가동된다. 이와 함께 변속기의 변속 로직이 한층 스포티한 성격을 드러내며 굽이치는 내린천로에서 변속기의 변속 속도, 질감, 그리고 변속 로직 등에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스티어링휠 뒤쪽으로 칼럼에 고정된 패들시프트는 그 제작의 질감이나 사용감 자체가 그리 우수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소프트한 감성으로 완성된 드라이빙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면 단단한 서스펜션 셋업만이 수준 높은 드라이빙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글로벌 단위의 수준 높은 모터스포츠 무대는 물론이고 최근 데뷔한 고성능 차량 및  레이스카들은 제법 소프트한 감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푸조 308 GT 역시 그러한 기조를 잘 따른다.

WRC와 모터스포츠에서 얻은 경험으로 제작된 푸조 308 GT의 하체는 한층 부드럽고 여유로운 셋업으로 여유로운 주행을 완성한다. 308 GT에 적용된 18인치 휠과 미쉐린의 스포츠 타이어가 기본적인 단단함을 줄 것 같았지만.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최대한 다듬으며 차체가 순간적으로 비틀리거나 투박한 충격을 느끼지 못하도록 다듬어 낸다.

서스펜션이 움츠러드는 범프와 다시 이완되는 리범프 모두가 여유롭다. 범프와 리범프로 인해 차량의 롤링과 피칭이 충분히 느껴지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긴장감이나 불안감은 크지 않다. 되려 차량이 코너 상황에 따라 무게 중심을 부드럽고경쾌하게 옮겨가며 운전자에게 차량이 운전자에게 전하는 정보를 풍부히 전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불안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되려 자신감을 갖고 308 GT의 컴팩트한 스티어링 휠을 쥐었다. 도로의 흐름에 맞춰스티어링 휠을 다시 한 번 조작하면 조금 전가찌 느껴졌던 롤링과 피칭을 매끄럽게 상쇄하며 새로운 코너를 파고들 준비를 마치고, 다시 한번 경쾌하게 코너로 사자의 머리를 밀어 넣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변화로 즐거움을 더하는 푸조 308 GT

달리는 즐거움에 가치를 더하는 소소한 재미도 잊지 않았다.

센터터널에 자리한 스포츠 버튼을 눌러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실내를 채우는 풍부한 사운드가 들려온다. 4기통 디젤 엔진이 조금은 어설프지만 듣는 재미가 살아있는 V8 가솔린 엔진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사운드와 경쾌한 움직임, 그리고 그 경쾌함 속에서 온 몸으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셋업은 운전자에게 지속적인 즐거움처럼 전해졌다.

자연스러운 매력, 해치백의 실용성

한편 이번 와인딩 주행 상황에서는 푸조 308 GT가 갖고 있는 '외형적 특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하얀 해치백의 트렁크 게이트를 끌어 올리고 그 안에 풀 사이즈의 백팩과 거대한 크기의 펠리컨 하드케이스를 적재하고도 충분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드라이버를 웃게 만드는 존재, 푸조 308 GT

내린천로에서 과시한 푸조 308 GT의 드라이빙은 독특했다. 견고하고 단단하게 다듬어진 차체와 하체를 기반으로 한 칼 같은 드라이빙이 아닌, 부드럽고 여유로운 하체의 조합과 컴팩트한 조향 감각을 기반으로 하는 경쾌한 재미로 내린천로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어느새 '주행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좋은 드라이빙의 정의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즐길 수 있는 주행'을 제시하는 것 또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정답일 것이며 푸조 308 GT는 그러한 정답을 너무나 잘 드러내는 존재일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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