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결승 상대는 ‘숙적’ 일본으로 정해졌다.
김학범(58)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9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박항서(59)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베트남을 3-1로 눌렀다. 이어 벌어진 경기에서 일본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1-0으로 눌렀다. 결승 한일전은 9월 1일 오후 8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한국은 베트남을 맞아 경기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베트남은 이날 경기 전까지 5전 전승에 무실점을 달리고 있었지만 한국은 경기 시작 7분 만에 골문을 열었다. 이승우(20ㆍ베로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흐른 볼을 반 박자 빠른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연결해 그물을 갈랐다.
20여분 뒤 ‘와일드카드(23세 초과)’ 형님들이 작품을 만들었다. 손흥민(26ㆍ토트넘)이 상대 수비 사이로 절묘한 스루 패스를 찔러주자 황의조(26ㆍ감바 오사카)가 오른발 칩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황의조는 이번 대회 9골을 기록 중인데 모두 오른발 슛이다.
전반에 두 방을 얻어맞은 박항서 감독은 일찌감치 승부수를 걸었다. 두 번째 실점 뒤 곧바로 선수를 한 명 바꾼 그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 명을 더 교체했고 선수들에게 강력한 전방 압박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승우가 그 구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후반 10분 상대 진영 중원에서 볼을 잡은 그는 페널티지역 왼쪽까지 단독 드리블한 뒤 황희찬(22ㆍ잘츠부르크)에게 침투패스를 했다. 볼이 상대 수비에 맞고 흐르자 재빨리 달려들어 오른발 슛으로 팀의 세 번째 골을 완성했다. 베트남은 후반 25분 쩐 민 브엉이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1골을 만회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일본은 후반 막판 UAE의 실수를 틈 타 천금 같은 결승골을 만들었다.
후반 33분 와타나베 고우타가 상대 진영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절묘한 태클로 상대의 볼을 빼앗은 뒤 곧바로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쇄도하던 우에다 아야세에게 패스했다. 볼을 이어받은 우에다는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UAE 그물을 흔들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동메달을 놓고 운명의 3,4위전을 펼쳤던 한일은 6년 만에 아시안게임으로 무대를 옮겨 금메달을 다툰다.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 때는 한국이 박주영, 구자철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었다. 한일 남자축구가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격돌하는 건 처음이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바라보고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없이 선수 전원을 21세 이하로 구성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다소 앞서지만 쉽게 볼 수 없는 상대다.
준결승에서 한국에 패한 베트남은 9월 1일 결승전에 앞서 오후 5시 UAE와 3,4위전을 치러 역대 아시안게임 첫 메달에 도전한다.
팬들은 한국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베트남이 동메달을 따 나란히 시상대에 서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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