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 숙여 울었던 안바울(24ㆍ남양주시청)과 김보경(27ㆍ안산시청)이 ‘금빛 메치기’로 포효했다.
세계랭킹 7위 안바울은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66㎏급 결승에서 일본의 호시로 마루야마(18위)를 경기 시작 50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제압했다.
2년 전 설움을 터는 완벽한 금메달이었다. 이날 안바울은 16강부터 결승까지 장기인 업어치기로 모두 이겼다. 첫 고비였던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아카도프 샤흐람(우즈베키스탄ㆍ29위)과 준결승에선 연장 승부를 펼쳐 업어치기로 골든 스코어 승리를 거뒀고, 결승에서도 상대 몸 안을 비집고 들어가 업어치기로 완벽하게 넘어뜨렸다.
이번 금메달로 안바울은 리우 올림픽에서 금빛 사냥에 실패했던 충격을 덜어냈다. 당시 그는 세계랭킹 1위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26위였던 파비오 바실(이탈리아)에게 한판 패를 당했다. 패배 후 경기장을 빠져 나오자마자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 동안 머리를 움켜쥐었다. 눈가가 촉촉해진 그는 “다 실력이고 핑계”라며 “이겨냈어야 하는데, 변명 밖에 안 된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후 2020년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며 더욱 독기를 품고 훈련량을 늘렸던 안바울은 올림픽 전초전인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화끈한 한판승으로 금빛 메치기를 완성했다.
‘작은 거인’ 정보경도 앞서 열린 여자 유도 48㎏급 결승에서 일본의 곤도 아미(7위)를 연장 승부 끝에 골든스코어 절반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4강에서 아미에게 패해 동메달에 그쳤던 정보경은 설욕에 성공하며 이 체급에서 한국 여자 유도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종전 최고 성적은 김영란이 2002년과 2006년 따낸 은메달이다. 정보경은 “(결승전에서) 왼팔이 꺾였지만 지지 않으려고 참았다”며 “올림픽에서 못 딴 금메달을 꼭 따고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했는데, 목표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릴 적 대통령이 꿈이었던 정보경은 2년 뒤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아시아 최강자로 자리매김하며 ‘유도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 키가 153㎝에 불과한 정보경은 소녀 시절 또래들보다 키가 작았다. 하지만 다부졌다. 4세 때 택견, 초등학교 땐 태권도를 했다. 유도는 경남 양산 웅산여중에 입학한 뒤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입문했다. 매트에 올라서면 작은 체구에서 큰 힘이 나왔다. 그래서 동네 주민들은 ‘작은 거인’이라 불렀다.
경남체고 시절 십자인대가 끊어져 1년간 재활을 하고, 경기대 3학년 시절엔 양 무릎 인대를 다쳐 6개월을 재활하는 등 인고의 시간을 보낸 정보경은 2011년 8월 세계선수권대회로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부다페스트 월드컵에서 처음 우승했지만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마스터스, 그랜드슬램,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대회에선 좀처럼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때문에 항상 ‘2% 부족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에 처음 나가 은메달을 따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주인공이 됐고, 올해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유도의 첫 금메달을 장식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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