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울리는 심사 시스템]

 관광 활성화 위한 무사증 제도 
 최근 난민신청 증가에 한몫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달 20일 오전 청와대 앞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근처에서 열린 집회에서 아나스 시하타씨가 난민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시하타씨는 이날부터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박소영기자

국내에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이들은 자국 내 정치ㆍ종교적 내홍을 겪는 동시에 전통적으로 한국과 노동시장 교류가 성행했던 아시아 국가 출신이 상당수다. 최근에는 무사증(비자 없이 한 달간 체류) 제도가 입소문을 타면서 예멘에 이어 정정이 불안한 이집트 등 일부 국가에서 한국을 찾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했다.

5일 법무부의 ‘국적별 난민 심사현황’에 따르면 1994년부터 지난 7월 말까지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이들이 가장 많은 국가는 파키스탄(4,918명)이다. 중국(4,451명), 이집트(4,027명), 카자흐스탄(3,545명), 나이지리아(2,098명), 방글라데시(1,880명)가 뒤를 이었다. 세계적으로 난민이 가장 많은 시리아(2017년 631만명)에서는 1,364명이 신청했다.

난민 신청수 상위 국가 대부분 오래도록 정치ㆍ종교 분쟁에 시달려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난민 신청자 가운데 일부는 입국 후 체류를 연장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난민 신청을 선택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섞였다는 분석이다. 국내에 난민 신청을 한 상위 7개국 중 파키스탄, 중국,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현재는 제외) 등은 한국과 고용허가제(외국인 노동자 최대 4년10개월간 체류 가능) 협약을 맺은 바가 있는 만큼 국제 난민협약에 가입한 아시아 5개 국가(한국ㆍ일본ㆍ필리핀ㆍ중국ㆍ캄보디아) 중 한국은 비교적 높은 임금에 외국인 인력 이동이 잦다. 이주민 인권단체 ‘아시아의친구들’의 김대권 대표는 “과거부터 인력 교류가 활발한 국가에서는 한국에 대한 정보가 많이 돌아 난민 제도를 다르게 이용해 체류를 연장하려는 시도가 일부 있다”라며 “국내 노동시장에 편입돼 자리 잡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체류를 연장하려면 결혼이나 투자를 해야 하지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출신 신청자들의 경우 중국 정부에서 탄압하고 있는 파룬궁(法輪功) 수련자 등이 상당수란 분석이다. 2010년 11월 서울고등법원은 파룬궁 수련자를 난민으로 인정해 난민 인정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지난 6월 한 변호사가 한국 취업을 희망하는 중국인 200여명으로부터 1인당 200만~300만원을 받고 종교적 이유로 탄압받은 것으로 허위로 난민 신청해 적발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무사증 제도가 최근 난민 신청 증가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최근 부쩍 증가세가 두드러진 예멘과 이집트 등이 사례다. 예멘인들은 이슬람이 국교인 데다 무비자로 90일간 머물 수 있게 해주는 말레이시아행을 택한 뒤 한국행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61명의 예멘 난민이 갑작스레 제주도로 몰린 것도 제주도가 2002년 도입한 무사증 제도가 이들 사이에서 퍼진데다 지난해 12월 개설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제주도 직항 노선이 생긴 탓이 크다. 이집트인들 역시 무사증 제도를 이용해 여권만 들고 일단 입국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무사증 입국 폐지 등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71만명을 넘는 등 무사증이 난민 신청을 유발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지난 6월 1일부터 예멘을, 이달 1일부터는 이집트를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난민 신청이 가장 많은 곳은 독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독일에 난민 신청을 한 이들은 총 72만2,364명으로 미국(20만4,810명)의 3.5배가 넘는 압도적인 수치다. 이탈리아(12만2,214명), 프랑스(7만748명) 등 아프리카ㆍ중동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국가 등에 난민 신청이 몰리지만 최근 난민 범죄 등 각국 내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난민 신청을 어렵게 하는 제도들이 생겨나는 추세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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