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중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차기 총선을 거론하며 향후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했다.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던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물러난 홍 전 대표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가능성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속히 얼어붙자 다시 ‘페북 정치’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홍 전 대표의 재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홍 전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서 “앞으로 총선 때는 연방제 통일 프레임이 등장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가 만든 프레임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개최 예정인 전대에서 당권을 쥐게 될 당 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홍 전 대표의 이번 발언은 당권 도전 의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대표는 “정치판은 프레임 전쟁”이라며 “상대방의 프레임에 갇혀 이를 해명하는 데 급급해 허우적대다 보면 이길 수 없는 전쟁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핵과 대선 때는 국정농단 프레임에 갇혀 있었고 지방선거 때는 적폐청산과 위장 평화프레임에 갇혀 있었다”면서 “저들의 프레임에 다시는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이후 홍 전 대표 복귀를 위한 정치적 환경도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미ㆍ남북 관계가 6월 이후 별 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다음달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소득이 없을 경우 홍 전 대표가 정계 복귀의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홍 전 대표는 미국으로 떠날 대도 “홍준표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을 받을 때 다시 시작할 것”이라면서 복귀를 시사한 바 있다. 당내에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7선의 이해찬 의원이 선출된 만큼, 중량감 있는 인사가 차기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홍 전 대표의 조기 복귀에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평당원인 홍 전 대표의 제명을 요청하는 의원들이 한둘이 아닐 정도인데 지금 전대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성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연찬회에서 비대위가 공개한 의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우리당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112명 중 33명이 ‘막말과 거친 언행으로 품격 상실’을 꼽았다. 다음날 15일로 예정된 홍 전 대표의 귀국이 가까워질수록 당내 딜레마는 커질 전망이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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