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법은 죄가 없다… 법 운영상 정부의 이중성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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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법은 죄가 없다… 법 운영상 정부의 이중성이 문제

입력
2018.09.06 04:40
수정
2018.09.0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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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등의 단체가 집회를 열어 예멘 난민 수용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12월 29일 국회에서‘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난민법)이 통과됐다. 아시아 최초였다. 이듬해 1월 2일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는 “독립적인 난민법이 한국 국회에서 가결된 사실은 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난민보호 제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온 한국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환영 속에 난민법이 시행된 때는 2013년 7월. 그런데 시행 5년 만에 난민법은 ‘예멘 난민의 제주 대거 입국’ 소식이 알려지면서 폐지 청원이 70만명을 넘기는 등 ‘공공의 적’이 됐다.

그러나 세계 142개국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해 있으며, 한국은 난민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출입국관리법 산하 시행령을 통해 난민을 인정해왔다. 난민법이 없는 일본에도 2016년 1만901명이 난민 신청을 해서, 한국(2016년 7,542명)보다 훨씬 많았다. 더구나 한국은 난민법 제정 이후 난민 인정률이 더 떨어졌다. 결국 최근의 ‘난민 논란’은 난민법을 제정해 마치 난민문제를 선도할 것처럼 대내외에 생색을 내놓고,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도 감당하지도 못하는 정부의 이중성이 만들어낸 측면이 크다. 이 때문에 진짜 난민신청자는 그들대로 고통받고, 국민은 가짜 난민들이 몰려온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키우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난민법 제정 후 난민 인정률 급락

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을 비준했고 1993년 시행했다. 이후 1994년부터 2013년까지 난민 인정률은 10% 안팎이었다. 하지만 난민법 시행 이듬해인 2014년 난민 인정률은 3.9%로 떨어지고 지금까지 비슷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난민법 시행 후 난민신청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2013년 1,574명이었던 난민 신청자는 2014년 2,896명으로 증가했고, 이후 줄곧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는 7월까지 1만638명을 기록해 1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난민법이 난민들을 한국으로 끌어당긴다고 보기 힘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일본의 경우도 2013년 3,260명이었던 난민 신청자가 2014년 5,000명으로 많이 증가했고 2016년 1만명을 돌파했다. 세계 난민 발생 상황에 따라 난민 신청자가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난민심사관이 37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우리의 난민 심사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법무부는“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난민심사관 증원과 관련하여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70만명이 넘은 청와대 국민청원대로 설령 난민법을 폐지한다고 해서 난민을 외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142개국이 가입한 난민협약을 이제 와서 한국이 탈퇴한다는 것은 인도적 측면에서 용인되기 어려우며 실제 선진국, 개발도상국을 불문하고 세계 각국에는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해마다 난민 신청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국제사회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OECD 평균은 25%가량이며, 독일 미국 캐나다는 30~50% 정도를 기록하고 있고 주요 국가는 대체로 적어도 10% 이상이다. 일본 정도가 인정률 1%에 못 미쳐 한국과 함께 최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더구나 칠레,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등과 같이 국력이 한국보다 크다고 할 수 없는 국가들도 난민 인정률은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심사 장벽 하나 더…난민법 개정 둘러싼 논란

법무부는 최근 난민 논란에 대응해 난민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골격 중 하나는 국내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난민 신청을 할 때, 사무소가 난민심사에 회부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심사 권한을 행사하도록 해서 사전에 걸러내도록 한다는 부분이다. 현재 난민심사 접수는 출입국항(공항ㆍ항만)과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이원화돼 있는데, 사전심사는 출입국항으로 도착한 난민신청자에 한에 시행되고 있다.

출입국항의 사전심사에서 난민 인정 심사 회부가 승인되는 비율은 높지 않다. 2016년 187명 중 61명, 2017년 197명 중 21명이었다. 사전심사는 출입국ㆍ외국인청에서 심사하며, 출입국항 난민 신청자는 출입국항 내 난민대기실에 머물며 난민심사 회부 여부를 7일 이내에 통보받는다.

지난해 전체 난민신청자(9,942명) 중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신청한 사람은 6,448명으로 전체의 65%에 해당한다. 난민법이 개정되면 이들까지 모두 사전심사 대상이 되는 것이다. 법무부는 “개정법에 불회부 결정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함으로써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없도록 하겠다”며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가 결정된 외국인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익법센터 어필 김세진 변호사는 “불회부 결정은 심사조차 할 필요 없다는 것인데 행정소송 대상이 된다”며 “실제 몇 번 소송해서 승소도 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인천공항에서 송환을 빨리빨리 하고 있다는 거로 알고 있고, 최근엔 많이 해보진 못했다”며 “난민신청자가 저희에게 연락 와서 출ㆍ입국항에서 불회부 됐고 소송하고 싶다고 접견 의사 밝혀서 접견신청서 냈는데 송환한 경우도 있었고, 난민인권센터에서는 1심 제기했는데도 송환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체류자들의 난민신청, 본질 흐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난민신청을 한 사람은 2016년 2,974명이었고 지난해 3,264명이었다. 각각 39%, 33%에 이르렀다. 이들 중 실제 난민자격을 갖춘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민 심사에 수년이 걸리는 점을 악용해 국내 체류 기간을 늘리는 수법으로 널리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법무부에 따르면 허위 난민 알선 브로커가 지난해 14명, 올해 25명 붙잡혔으며, 허위 난민신청자는 지난해 585명, 올해 889명 적발됐다. 2017년 난민 인정자(121명)를 감안하면 허위적발자가 5배가량 많은 셈이다.

김세진 변호사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난민 신청자 수가 다른 나라보다 많다고 볼 수 없고, 어떤 제도든 남용의 여지는 있다”며 “우리나라는 단순히 악성적인 외국인들이라기보다는 미등록체류(불법체류)자가 발생하기 쉬운 상황 때문에 제도적으로 유도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일 “난민 심사가 오래 걸리는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부족한 심사 인력과 통역 전문가를 대폭 늘리고 국가 정황 정보를 수집하는 전문 인력을 확충하겠다”라며 “특히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난민 심판원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장관은 “이 경우 현재 불복 절차까지 2~3년에 달하는 심사기간이 1년 내로 단축될 것”이라며 “진정한 난민은 보호하고 허위 난민신청자는 신속하게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현재 난민 심사 제도는 37명의 난민심사관이 1차 심사를 맡고, 1차 심사에 불복하면 이의신청을 통해 법무부 난민위원회가 2차 심사를 진행한다. 여기에도 불복하면 소송을 제기해서 3심을 거치기 때문에 심사 절차가 5단계가 된다. 출입국항 사전심사까지 합치면 6단계가 되는 셈이다.

난민인권센터는 지난 6월 내놓은 ‘국내 난민제도에 의한 인권침해 보고’자료를 통해 ▦난민신청서 작성과정의 전문인 조력 증대 ▦녹음 또는 녹화의 의무화 규정 ▦처분서를 난민신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통ㆍ번역 의무규정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난민인정심사제도의 운용을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난민인권센터는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협약상 난민임에도 난민으로 확인받는 게 너무나 어렵다는 현실”이라며 “정부는 제도를 남용하는 허위난민이 대부분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지만, 제도에 대한 남용이 한국에서만 이뤄지는 게 결코 아니며 지나치게 높은 심사기준, 절차적 권리와 심사 주체의 독립성 미보장으로 출입국심사적 관점이 난민 인정에 끼친 영향의 종합적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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