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대기업 공익법인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선다.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탈세와 편법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말 기준 대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51곳의 공익법인은 모두 165곳이다.
국세청은 28일 한승희 국세청장 주재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확정ㆍ발표했다. 한 청장은 “국민에게 상실감을 주는 역외탈세와 대기업ㆍ대재산가 탈세 등 반(反)사회적 지능형 탈세엔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국세청은 하반기 대기업 계열의 공익법인을 악용한 탈세 행위에 대해 전수 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행 상속ㆍ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특정 회사 주식을 출연 받을 경우 이를 기부로 판단, 발행주식의 5%(성실공익법인 10%)까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일부 재벌들은 이를 악용, ‘계열사 주식 공익법인에 기부→상속ㆍ증여세 면제→의결권 행사(공익법인 이사에 전직 임원 등 선임)→지배력 확대’의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국세청 적폐청산 기구인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도 올 초 국세청에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의 특수관계 임직원 채용 여부 등을 엄정하게 검증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TF 위원인 구재이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은 “세법에서 공익법인에 상속ㆍ증여세 면제 혜택을 주는 이유는 기부 등 이들의 활동이 공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데, 그 목적이 사익추구라면 비과세 혜택을 줄 이유가 전혀 없다”며 “공익법인들이 정말 공익 활동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경영권 편법 승계 ▦자녀 등에 대한 과도한 급여지급 ▦법인 자금의 사적 유용 등 일부 총수일가의 탈세 행위에 대한 검증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이와함께 최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일부 지역 고가 부동산 구매자 중 다주택자와 미성년자 등에 대해서도 자금 출처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서울 종로ㆍ중ㆍ동작ㆍ동대문구 등 4곳을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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