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국무회의를 열어 올해보다 41조7,000억원(9.7%) 증가한 470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6%)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가장 증가율이 높은 ‘슈퍼 예산’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일자리 상황이 대단히 어렵고 분배지표도 악화하는 등 체감 삶의 질이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고 확장 예산 편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2.0% 늘어난 23조5,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증가율(12.6%)의 두 배 가까운 사상 최대 수준이다. 복지 예산도 12.1% 확대됐다.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소득분배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경제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와 내수 침체로 벼랑 끝 위기에 몰려 있다. 소득주도 성장에도 불구하고 신규 취업자 수가 급락하고 취약계층의 소득이 감소하는 등 고용ㆍ분배 위기가 심각하다. 최악의 상황에 놓인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선 재정의 역할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더욱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8% 선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73%)에 비해 양호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추계세수보다 20조원 가까이 더 걷히는 등 나라 곳간 형편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국가부채 증가 속도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ㆍ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가만 있어도 복지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OECD와 국회예산정책처는 2060년 한국의 국가부채가 GDP 대비 194~196%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나랏돈을 푸는데 신중을 기해야 하는 까닭이다. 재정 지출의 효율성도 따져 봐야 한다. 지난해와 올해 54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으나 고용과 분배 지표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 재정은 어디까지나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소방수 역할에 그쳐야지 모든 문제를 재정 투입으로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내년 슈퍼 예산이 양극화를 완화하고 민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지출의 효율성과 우선순위를 면밀히 따져 집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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