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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레저 티켓도 모바일로… ‘국내 여행’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목표”

입력
2018.09.16 16:00
수정
2018.09.16 21: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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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보국 야놀자 레저큐 대표 

 스키장 종이티켓 본 후 창업결심 

 “반드시 현장 가보고 검증한다” 

 1년에 5만km 운전하며 초석 다져 

 레저업주들 처음엔 반신반의 

 2년 만에 고객사 500곳으로 

 최근엔 액티비티 플랫폼 투자 

 숙박-레저티켓-소셜 액티비티 

 ‘완벽한 여행 플랫폼’ 완성시켜 

27일 서울 역삼동 야놀자 레저큐 본사에서 만난 문보국 대표. 배우한 기자
27일 서울 역삼동 야놀자 레저큐 본사에서 만난 문보국 대표. 배우한 기자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 주요 스키장에는 모바일 티켓이 없었다. 고객들은 추운 날씨에 줄을 서서 리프트권을 구매해야 했고, 구매한 종이 티켓을 항상 몸에 소지해야 했다. 주로 영세 업체가 서비스하는 래프팅이나 수상스키 등 여름 레포츠도 불편하긴 마찬가지. 당시 소비자들은 어느 곳에 어떤 업체들이 있는지, 제시하는 가격은 적당한지 관련 정보를 찾기가 힘들었다. 처음 창업 업체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뒤 ‘원 없이 놀러 다니던’ 문보국(34) 야놀자 레저큐 대표가 새로운 창업을 결심한 순간도 스키장에서였다.

“이미 사람들 대부분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는데, 왜 레저 시장은 아직 각자도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당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주말에 아이들과 놀러 가고 싶은데 정보가 없어서 쉽게 갈 수가 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요. 고객으로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문제의식이 창업의 디딤돌이 됐습니다.”

27일 서울 역삼동 야놀자 레저큐 본사에서 만난 문보국 대표. 배우한 기자
27일 서울 역삼동 야놀자 레저큐 본사에서 만난 문보국 대표. 배우한 기자

2013년 창업한 레저큐는 레저 액티비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온ㆍ오프라인 연계) 업체로, 대표 애플리케이션 ‘가자고’는 교통부터 레저 티켓, 숙박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종합 여행 커머스를 표방하고 있다. 창업 5년 만에 연매출 100억원 수준으로 급성장했고, 올해 3월에는 숙박 O2O 야놀자에 인수됐다. 문 대표는 “국내 여행하면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라며 “현재 월활성사용자수(MAU)가 7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초기 2년간은 창업 멤버 5명이 1년에 5만㎞씩 운전해 다니며 초석을 닦아야 했다. ‘반드시 현장에 가보고 검증한다’는 레저큐의 원칙 때문이다. 덕분에 테마파크부터 강원도 산골짜기 패러글라이딩 업체, 제주도의 작은 박물관까지 전국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문 대표는 “돈을 내고 들어갈 만한 곳인지, 위험한 요소는 없는지부터 유모차를 가지고 갈 수 있는지 등 섬세한 부분까지 직접 두세 번씩 확인했다”면서 “반신반의하는 업주들을 설득해 좋은 결과를 계속 보여주다 보니, 2년 만에 고객사가 500곳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커지고 인지도가 쌓이자 대형 워터파크와 수목원, 동물원과 스키장까지 레저큐의 고객사가 됐고, 자연스레 거래액이 급성장했다.

전북 곳곳의 다양한 관광지와 맛집을 최대 75% 저렴한 가격에 방문할 수 있는 전북투어패스. 전북투어패스 홈페이지 캡처
전북 곳곳의 다양한 관광지와 맛집을 최대 75% 저렴한 가격에 방문할 수 있는 전북투어패스. 전북투어패스 홈페이지 캡처

레저큐가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모바일 시장의 가능성을 미리 봤기 때문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모바일은 PC의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수준이었고, 모바일 시장에서 확실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없었다. 하지만 문 대표는 ‘나와 항상 함께한다’는 점에서 모바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 그는 “여행의 단계를 생각했을 때, 항공권이나 숙박은 보통 떠나기 전 PC로 예매하지만 레저는 현장에 도착한 다음에야 찾아보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더라”면서 “이동하면서 찾는다는 점이 모바일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티패스도 모바일화해 성공한 사례다. 한 도시의 교통과 관광지, 액티비티 등을 묶어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시티패스는 세계 유명 도시마다 있는 관광 상품이지만,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성공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레저큐는 2016년 전북 지역을 시작으로 시티패스 상품을 만들면서 기존 시티패스가 모두 쿠폰북 형태의 종이나 카드로만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문 대표는 “종이 형태는 분실이나 훼손도 문제지만, 데이터 축적이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면서 “우리는 시티패스를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속으로 집어넣었고, 덕분에 소비자를 편리하게 하면서 동시에 여행에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북 투어패스’ ‘태안 투어패스’ 등 국내 다섯 군데에 만들어진 투어패스는 올해 말까지 15곳, 내년엔 30곳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달 초 야놀자가 강원 춘천시에 오픈한 중저가 브랜드호텔 '헤이 춘천'에 설치된 레저큐의 키오스크. 야놀자레저큐 제공
이달 초 야놀자가 강원 춘천시에 오픈한 중저가 브랜드호텔 '헤이 춘천'에 설치된 레저큐의 키오스크. 야놀자레저큐 제공

야놀자는 레저큐 인수에 이어 5월에는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숙박(야놀자)-레저 티켓(레저큐)-소셜 액티비티(프립)로 완벽해진 여행 플랫폼이 완성된 것이다. 야놀자가 올해 이달 초 강원 춘천시에 문을 연 중저가 호텔 ‘헤이 춘천’은 세 회사의 협업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 대표는 “예를 들면 헤이 춘천에 마련된 장소에 프립에서 모집한 사람들이 모여서, 레저큐에서 제공하는 춘천의 자전거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야놀자는 물론 프립과도 협업해 ‘1박 2일 에버랜드 할로윈 축제 함께 가기’와 같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놀자 레저큐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이미 야놀자는 올해 초 ‘글로벌 여가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내걸고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아시아로 무대를 넓혀나가고 있다. 레저큐도 세계 레저 시장에서 디지털 플랫폼 선두주자가 되는 게 목표다. 문 대표는 “우리나라는 관광자원 개발이 다른 나라보다 늦긴 했지만, 늦게 시작한 만큼 모바일ㆍ디지털화가 가장 잘 돼있다”면서 “언젠가 전세계 레저 상품을 레저큐라는 플랫폼에서 팔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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