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앨범 '하트' 내고 콘서트
SM엔터테인먼트(SM)에서 20여 년 동안 일한 고위 관계자는 매니지먼트를 하느라 가장 애를 먹었던 그룹으로 신화를 꼽은 적이 있다. 김동완과 신혜성 앤디 에릭 이민우 전진 여섯 멤버가 당시 워낙 천방지축이었기 때문이다. 신화의 일부 멤버가 한때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해 팀이 오래 유지될 것이라 기대하는 가요계 관계자는 적었다.
하지만 예상은 깨졌다. 신화는 28일 새 앨범 ‘하트’를 냈다. 1998년 데뷔해 올해 결성 20년을 기념해 낸 신작이다. 신화 멤버인 신혜성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하트’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멈추지 않고 심장처럼 계속 뛰고 싶어 새 앨범 제목도 ‘하트’로 지었다”고 말했다. 원년 멤버 교체와 해체 선언 없이 20년 동안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아이돌그룹은 신화가 유일하다. 카라, 2NE1 등 대부분 아이돌그룹의 수명이 7년을 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장수다. 이민우는 “데뷔 20년은 신화적인 순간”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신화 멤버들이 생각하는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김동완은 “사람마다 추구하는 행복이 다른데 그 방향을 서로 이해해줘 오래 팀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신화는 꽉 짜인 군무와 강렬한 댄스 음악을 바탕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K팝 전성기를 이끌었다. 데뷔곡 ‘해결사’를 비롯해 ‘으쌰으쌰’ ‘T.O.P’ ‘와일드 아이즈’ ‘퍼펙트 맨’ ‘브랜드 뉴’ 등 히트곡도 여럿 냈다.
K팝 시장에서 신화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신화는 멤버들이 그룹 상표권을 확보한 최초의 아이돌그룹이다. 준미디어(옛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와 팀명을 둘러싼, 기나긴 상표권 법적 분쟁 끝에 따낸 결과였다. 큐브엔터테인먼트(큐브)에서 2009년 데뷔한 아이돌그룹 비스트 멤버인 손동운 양요섭 윤두준 용준형 이기광은 2016년 계약 만료로 큐브를 떠난 뒤부터는 ‘하이라이트’라는 새 팀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걸그룹 티아라 등 전 소속사와 가수 사이 상표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K팝 시장에서 신화의 행보는 아티스트의 권리 확보 측면에서 후배 아이돌그룹에 나침반이 될 사례”라고 의미를 뒀다.
신화는 아이돌그룹이 폭넓은 활동을 하는데 밑거름 역할도 톡톡히 했다. 신화는 그룹 활동과 멤버 별로 연기(에릭)와 예능(전진) 그리고 솔로 가수(신혜성, 이민우) 활동을 병행, ‘따로 또 같이’ 활동의 보편화를 이끌었다. 여섯 멤버들이 모여 만든 예능프로그램 ‘신화방송’은 방탄소년단의 인터넷 방송인 ‘달려라 방탄’ 등 후배 아이돌그룹의 방송 제작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신화는 새 앨범에서도 변화를 택했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댄스곡 ‘키스 미 라이크 댓’을 새 앨범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이번엔 무대를 여유롭게 누빌 예정이다. 다음달 6~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데뷔 20년 기념 공연도 연다.
신화의 화두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이민우는 “아직도 무대에 갈증이 남아 있다”며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음악으로 신화만의 무대를 계속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아이돌그룹의 맏형인 신화는 K팝 시장의 개선도 바랐다. 김동완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지나치게 상품화되는 후배를 보면 선배로서 미안하다”며 “가요기획사의 자각도 필요하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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