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애신과 유진처럼 "합시다, 러브!" 대사 들리는 듯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애신과 유진처럼 "합시다, 러브!" 대사 들리는 듯

입력
2018.08.28 18:00
수정
2018.08.29 00:22
19면
0 0
한 커플이 드라마 ‘미스터션사인’의 애신과 유진처럼 만휴정 앞 다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안동=최흥수기자
한 커플이 드라마 ‘미스터션사인’의 애신과 유진처럼 만휴정 앞 다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안동=최흥수기자
다리 뒤쪽 바위에는 ‘우리 집엔 보물이 없고, 있다면 오직 청백뿐이다’라는 뜻의 글귀가 적혀 있다.
다리 뒤쪽 바위에는 ‘우리 집엔 보물이 없고, 있다면 오직 청백뿐이다’라는 뜻의 글귀가 적혀 있다.

눈밝은 시청자는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촬영지를 찾아 나선다. 안동 만휴정과 고산정은 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남녀 주인공 고애신(김태리)과 유진초이(이병헌)가 마주치고 엇갈리는 장소로 등장한다. 도공이 사는 집과 그곳까지 강을 건너는 장소로 나오기 때문에 인접해 있는 것 갔지만 두 장소는 가장 빠른 길로 60km 넘게 떨어져 있다. 안동 시내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참고로 안동은 시 단위 자치단체 중 면적이 가장 넓다.

만휴정 앞 다리는 이미 젊은 여행객에게 ‘인증샷’을 찍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만휴정 앞 다리는 이미 젊은 여행객에게 ‘인증샷’을 찍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개량한복을 입은 한 여성이 만휴정 앞 다리를 건너고 있다.
개량한복을 입은 한 여성이 만휴정 앞 다리를 건너고 있다.
실제 드라마에선 늦가을 풍경을 연출하기 위해 소나무까지 단풍을 들였다.
실제 드라마에선 늦가을 풍경을 연출하기 위해 소나무까지 단풍을 들였다.

만휴정(晩休亭)은 안동에서 청송 현서면으로 이어지는 길목인 길안면 묵계리에 위치한다. 상주영덕고속도로 동안동IC에서 가깝다. 건물은 연산군 6년에 보백당(寶白堂) 김계행(1431~1517)이 지은 정자다. 보백당은 여러 관직을 역임하다 연산군의 폭정이 심해지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했다. 처음에는 길 옆에 조그만 정자를 지었으나 더욱 조용한 장소를 찾아 이 정자를 세웠다. 그렇다고 깊은 산중은 아니고 마을에서 조금만 걸으면 되는 곳이다. 계곡은 깊지 않은데, 정자 위아래로 큰 암반이 있어 폭포가 꽤 커 보인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정자에서 내다보는 풍경도 자못 웅장하다. 정자로 들어가려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좁은 다리를 건너야 한다. 폭포 위 넓은 바위에는 ‘내 집에는 보물이 없고, 있다면 오직 맑고 깨끗함뿐이다(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욕심을 버리고 청빈하게 살고자 한 선비의 뜻이 읽힌다.

청량산 자락에 포근하게 안긴 도산면 고산정.
청량산 자락에 포근하게 안긴 도산면 고산정.
정자 앞마당에는 상사화 몇 송이가 가짜 꽃처럼 피어 있다.
정자 앞마당에는 상사화 몇 송이가 가짜 꽃처럼 피어 있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독산과 낙동강 풍경.
정자에서 바라보는 독산과 낙동강 풍경.

고산정(孤山亭)이 위치한 곳은 도산면 가송리다. 청량산 바로 아래로 도산서원까지 이어지는 물길과 산세는 안동과 봉화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곳이다. 고산정은 그중에서도 절경으로 꼽히는 가송 협곡에 자리 잡았다. 물길이 좁아지는 양쪽에 깎아 세운 듯 바위 절벽이 우뚝 솟아 있다. 정자 뒤편으로는 청량산 축융봉 능선이 병풍처럼 두르고, 강 건너에는 산줄기에서 뚝 떨어진 듯한 독산(獨山)의 솔숲이 운치 있다.

건물은 정유재란 때 안동 수성장(守城將)으로 활약한 금난수(1530∼1599)가 명종 19년에 세워 일동정사(日東精舍)라 부르며 유유자적한 곳이다. 창건 당시부터 절경으로 알려져 스승인 퇴계도 누차 문인들과 함께 와서 시를 읊고 노닐며 즐겼다고 한다. 만휴정과 달리 고산정에는 담장이 없어 내려다보는 풍경이 시원하고, 맞은편 독산에서 건너다 보면 산자락에 안긴 모습이 특히 포근하다. 정자 앞 물살은 드라마에서처럼 뱃놀이를 즐길 정도로 잔잔하지 않다. 봉화 명호에서 가송리에 이르는 구간은 래프팅을 즐기는 곳이다. 그러나 “합시다, 러브!”라는 대사처럼 고산정에 이르는 강변 길은 연인끼리 호젓하게 걷기에 그만이다.

안동=글ㆍ사진 최흥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