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소득 통계의 신뢰성 논란을 뒤로 하고 문책성 인사로 물러나게 된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27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지난 1년 2개월 동안 큰 과오 없이 청장직을 수행했다”면서 “통계청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통계청의 독립성, 전문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전날 차관급 6명을 교체하면서 신임 통계청장으로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임명했다. 취임한 지 갓 1년을 넘긴 황 전 청장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최근까지 통계청장이 2년 안팎 자리를 지킨 것에 비하면 갑작스런 인사였다.
황 전 청장의 인사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입증한 전국 2인 이상 가구 월평균 소득 분배 지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관가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수(전년동기 대비)가 5,000명에 그치는 등 6개월 연속 고용 지표 쇼크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지난 1ㆍ2분기 연속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간 분배 지표가 악화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정부가 연일 ‘경제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기마다 발표하는 소득 지표는 당초 올해부터 폐지할 예정이었지만, 정부와 여당이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가늠할 목적으로 부활시킨 통계다. 없어지기로 했던 조사를 다시 실시하기로 하면서 조사 대상 표본이 대거 교체돼 지표의 신뢰성 논란이 일었다.
황 전 청장은 직원들과 가진 마지막 자리에서 “최근 주장은 다를지언정 통계청이 공표하는 통계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며 “통계를 기반으로 치열하게 정치적 논쟁을 하는 것을 보면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통계는 이처럼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함에 있어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임식 내내 눈물을 보인 황 전 청장은 행사가 끝난 후 이데일리와 만나 경질 사유에 대해 “(사유는) 모른다. (청와대) 인사권자의 생각이다”라면서도 “어쨌든 내가 그렇게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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