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양궁 단체전 6연속 우승
대만과 막판까지 피말리는 접전
이은경 9점-강채영 9점 뒤
장혜진 ‘텐’ 명중 1점 차로 이겨
개인전·혼성 잇단 부진 털어내
男단체·컴파운드 혼성 은메달
여자 양궁 리커브 대표팀이 이번 대회 3번의 도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랭킹 1위 장혜진(31ㆍLH)은 반드시 10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과녁 한 가운데를 명중시켜 이름값을 되찾았다. 지난 두 경기에서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는 값진 한 발이었다.
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양궁장에서 펼쳐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 경기에서 대만을 세트점수 5-3으로 이겼다. 한국은 이 종목에서 1998년 방콕 대회부터 6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나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하게 흘러간 이날 경기는 마지막 세트까지 승부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치열했다. 막내 이은경(21ㆍ순천시청)부터 강채영(22ㆍ경희대), 장혜진 순서로 출전한 한국은 1세트 승점을 챙겼지만 2세트에서 동점을 허용했다. 3세트를 비긴 뒤 들어간 마지막 4세트, 앞선 3발에서 이은경이 9점, 강채영이 8점, 장혜진이 9점을 쐈다. 이어 대만 선수 3명이 8ㆍ9ㆍ10점을 쏴 점수는 26-27. 한국이 1점 뒤졌다. 승부를 가릴 마지막 3발에서 이은경과 강채영이 나란히 9점을 쐈고 마지막 장혜진이 10점을 쏘면서 총 54점을 챙겼다. 대만이 8ㆍ9ㆍ9점을 쏘며 총점 53점에 그쳤다. 한국의 승리였다. 선수들은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승부를 결정 지은 건 장혜진의 마지막 10점이었다. 팽팽하게 진행되는 경기에서 먼저 쏘는 팀이 좋은 점수를 내면 후사 팀이 심리적으로 위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강채영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와 “오늘 너무 긴장을 많이 했는데 혜진 언니(장혜진)의 마지막 10점이 너무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장혜진은 “마지막에 무조건 10점을 쏴야겠다 생각했는데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혼신의 힘을 다 해 쏜 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난 23일 개인전 8강에서 충격적으로 탈락한 데 이어 24일 혼성 경기까지 연 이틀 8강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2관왕이자 세계 랭킹 1위의 위용이 땅으로 추락했다. 이에 대해 장혜진은 “양궁선수들이 컨디션에 따라 자세나 감각이 매일 다른데, 앞선 두 경기에서는 자세 포인트에 확신이 없었고 경기를 제대로 못 풀었다는 점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실망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단체전을 앞두고는 자세 포인트를 잡아가면 다시 확신이 생겨 다행이었다”고 털어놨다. 고생 끝에 금메달을 거머쥔 선수들은 경기 후에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정다소미(28ㆍ현대백화점)도 구석에서 눈물을 훔쳤다.
이어 열린 리커브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는 오진혁(37ㆍ현대제철)ㆍ김우진(26ㆍ청주시청)ㆍ 이우석(21ㆍ이우석)이, 컴파운드 혼성 결승에서는 김종호(24ㆍ현대제철)ㆍ소채원(21ㆍ현대모비스)이 나란히 대만에 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자카르타=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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