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강한 비구름대가 몰려들면서 집중 호우가 내려 남부 지방의 도로와 농경지 등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26~27일 최대 400㎜가 넘는 폭우를 내린 이번 비는 30일까지 북상과 남하를 반복하는 장마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며 추가로 많은 비를 뿌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28일까지 충청권을 비롯한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와 함께 돌풍이 불겠다고 27일 예보했다. 28일 예상 강수량은 충청과 남부지방은 30~80㎜, 서울 경기 및 강원, 남해안 지방은 20~60㎜다. 지리산 부근 등 많이 내리는 곳은 최대 12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오후를 기준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의 호우 특보는 해제됐지만 30일까지 곳곳에 많은 비가 또 내릴 것으로 보여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27일 밤부터 기압골이 강화돼 28일까지 강한 비가 내리면서 다시 호우특보가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이후 발표되는 기상정보를 참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26일부터 27일 오후 4시까지 경남 산청(시천) 406.0㎜를 비롯해 전남 구례(성삼재) 368.0㎜, 경북 의령 303.5㎜, 경주(외동) 295.0㎜, 충남 논산(연무) 214.5㎜ 등의 강수량이 기록되면서 피해도 속출했다. 27일 오전에만 130㎜가 넘는 비가 내린 광주는 남구 백운동 주변 도로가 빗물에 잠기는 등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전날에는 순천시 주암면의 하천이 범람하면서 주민 50여명이 인근 중학교로 대피했다. 경상남도는 밀양 150ha(헥타르)를 비롯해 총 193ha의 농경지가 이번 폭우에 침수된 것으로 집계했다.
이번 비는 중국에 진입한 열대 저압부가 우리나라로 유입시킨 다량의 수증기가 한반도 상공에 있던 한기와 만나, 장마전선과 유사한 정체 전선을 형성하면서 비롯됐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정체전선의 북상과 남하에 따라 30일까지 전국에 많은 비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비를 ‘가을 장마’라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윤 통보관은 “비를 내리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장마에 비해 기간도 매우 짧고 기압계 배치도 달라, 장마로 표현할 경우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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