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에 구속했다가 추방된 일본인 관광객이 27일 중국에 도착했다. 일본 정부는 이례적인 조기 석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삼가면서도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협상을 겨냥한 북한 당국의 조치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도(共同)통신은 이날 일본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인 관광객이 귀국을 위해 경유지인 중국에 도착했다”며 “일본 정부가 중국에서 구속 당시 상황 조사와 건강 체크 등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는 “베이징을 경유해 귀국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귀국까지 여러 절차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사안의 성격상 구체적인 답변은 삼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 등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납치문제를 비롯한 제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자 전력을 다해 노력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밤 해당 일본인의 이름을 스기모토 도모유키(杉本倫孝)라고 밝히고, “공화국 법을 위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하여 해당 기관에 단속되어 조사를 받았다”며 “공화국 해당 기관에서는 일본 관광객을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관대히 용서하고 공화국 경외로 추방하기로 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그러나 구체적인 범죄 내용이나 추방 시기 등을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스기모토는 이달 초 북한을 방문했다가 남포에서 구속된 것으로 알려진 30대 남성과 동일 인물로 파악됐다. 중국에 거점을 둔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통해 열차 편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제작자인 스기모토가 남포 여행 도중에 군사시설을 촬영한 혐의로 체포됐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이례적으로 조기 석방을 결정하면서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관대히 용서했다”고 밝힌 의도를 주시하고 있다. 1999년 12월 간첩 혐의로 구금된 전직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기자는 2년 넘게 억류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은 북한이 이전과 달리 조기 석방을 결정한 배경에는 교착상태에 있는 북일 관계를 감안해 일본 정부와의 대화 재개 여지를 남겨두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지(時事)통신은 북한이 내달 9일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계기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는 만큼 대외 이미지 악화를 우려해 조기 석방을 결정했다는 견해가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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