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 시연회 재연 등 성과에도
수사과정ㆍ결과에 대한 평가 엇갈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했던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6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드루킹 일당의 진술 퍼즐을 맞춘 끝에 댓글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를 재연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수사과정과 결과에 대한 법조계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허 특검은 27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 사건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향후 재판과정에서 입증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검은 24일 수사종료를 하루 남기고 김경수(51) 경남지사를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와의 댓글조작 업무방해 공범이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드루킹 일당 10명도 같은 날 댓글조작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을 다룬 박영수 특검과 달리 이번 드루킹 특검 수사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박하다. 수사 본류보다 곁가지에 신경을 쓰느라 짧은 수사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수사 초기 드루킹 일당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측에 건넨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집중하다 노 의원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수사 동력을 상당부분 상실한 게 대표적이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소환해 별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다루다가 별건 수사 논란을 빚었다.
일각에선 현 정권 실세라 할 수 있는 김 지사를 기소한 것만으로도 특검은 소임을 다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구속시키거나 요란하게 떠들어야만 잘된 수사가 아니다”라며 “수사해봤더니 뚜렷한 물증이 없었던 것이고, 그걸 수사팀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도 “현 정권의 핵심인물인 김 지사를 드루킹 김씨와 공범으로 기소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김 지사가 구속되지 않았다고 해서 수사결과를 깎아 내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였던 만큼 권력의 반발에 대해 적절한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후반 특검 칼날이 김 지사를 정조준하고, 청와대를 향하자 여당 수뇌부가 특검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해 ‘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허 특검이 전면에서 적절한 차단에 나섰어야 하는 정치적 국면이었지만 당시 무대응 전략을 펼치면서 수사팀 위축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 특검은 27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적법하고 정당한 일정 하나 하나에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편향된 비난을 계속해온 데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뒤늦게 여당 태도를 문제 삼았다. 드루킹 측근 도모 변호사 등에 대해 뚜렷한 증거와 진술에도 피의자 입건을 하지 않고, 부실ㆍ늑장 수사로 상당수 증거가 사라지거나 방치된 경찰 단계의 문제점을 파헤치지 못한 점도 특검의 목적성에 비춰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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