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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중국 탓’에 고민 깊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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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중국 탓’에 고민 깊은 중국

입력
2018.08.26 18:06
수정
2018.08.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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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중국 탓’으로 고민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하며 ‘무역전쟁’까지 연계하자 “무책임하다”고 직격탄을 날렸지만, 대규모 열병식이 예정된 북한 정권수립일(9ㆍ9절)을 계기로 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 문제는 난관에 봉착했다.

중국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책임론’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의 기자 문답에서 “미국의 주장은 기본 사실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라며 “한반도 관련국들이 적극적인 소통과 협상에 나서야 할 시점에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부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에도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노력을 중국이 지연시키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무책임하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계속 긍정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 철거, 미군 유해 송환 등 6ㆍ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조치를 열거한 뒤 “현재 북미 회담 중단의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백악관이 무역전쟁과 비핵화 문제를 연계한 건 국내 비판여론을 잠재우고 중간선거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기 위한 것”이라며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은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지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카드로 여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발끈했지만 중국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시 주석의 방북 문제가 극도로 민감한 현안이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북한 9ㆍ9절에 맞춰 방북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보냄에 따라 엄청난 부담을 갖게 된 것이다. 정권의 정당성을 과시하려는 북한 요구를 들어줌과 동시에 북중 간 전략적 연대를 과시하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방북을 강행할 수도 있지만, 대규모 열병식까지 열리는 9ㆍ9절 계기 방북은 곧바로 미중 간 정면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

물론 중국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시 주석 방북을 언급한 적이 없는 만큼 방북 시기를 늦추되 9ㆍ9절에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대외연락부가 이미 평양에서 시 주석 방북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터라 시 주석의 방북을 연기할 경우 사실상 미국의 엄포에 굴복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무역 갈등과 비핵화 문제를 연계하고 북중 접경지역 교역 활성화를 문제삼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시 주석이 용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중국으로선 시 주석의 지도력 훼손이나 국가적 체면 손상이 없는 상태에서 미중관계가 추가로 악화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중국 지도부가 현 상황에서 북중관계 개선을 관건으로 판단하고 북한도 미국에 강력 반발하고 나설 경우 방북을 강행함으로써 북한을 대미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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