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 공무원 20명 1인당 5만원씩 내 마련…자율 모금 판단
유리한 근무평정 기대도 안 한 것으로 보여
공무원들이 돈을 갹출해 마련한 100여만원 상당의 황금열쇠를 정년퇴직을 앞둔 상사에게 선물한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행정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태백시청 공무원 A씨가 강원도지사를 상대로 낸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통보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A씨 등 태백시 공무원 20명은 2016년 12월 19일 정년퇴직을 앞둔 B씨의 송별 회식에서 B씨에게 98만원 상당의 황금열쇠를 퇴직기념품으로 선물했다. A씨 등은 당시 1인당 5만원씩 갹출해 마련한 100만원으로 황금열쇠와 2만원 상당의 꽃다발을 B씨에게 줬다.
그 해 9월 28일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직후 발생한 이 일은 국민권익위에 신고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신고 내용을 살펴본 국민권익위는 이듬해 3월 A씨 등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는 만큼 A씨 등에게 징계 등 필요한 사항을 이행한 뒤 결과를 제출해 달라고 강원도에 통보했다. 강원도는 이를 다시 태백시에 통보했다.
하지만 A씨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강원도가 기관 통보 절차를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법적 다툼에 나섰다. A씨가 “과태료 부과 처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강원도가 태백시에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통보한 것은 부당하다”며 강원도지사를 상대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통보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사건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지난 6월 1일 A씨 등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공무원 20명이 5만원씩 갹출해 마련한 퇴직기념품을 주고받은 것이 청탁금지법의 목적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A씨의 행정소송을 맡은 춘천지법 행정1부도 퇴직기념품 가액이 사회 상규에 반할 정도로 과하거나 청탁금지법 목적을 저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면서 영월지원과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 등이 1인당 5만원씩 갹출해 마련한 돈으로 퇴직기념품을 구입한 것으로 볼 때 5만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며 “돈을 공개적으로 갹출하고 퇴직금도 공개적으로 전달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상사인 B씨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가 확정된 상황에서 유리한 근무평정을 기대하고 퇴직기념품을 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동료직원이 갹출해 100만원 이하의 선물을 퇴직하는 동료에게 제공하는 것은 직무관련이 없어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작성한 국민권익위의 자료도 판결에 참작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강원도의 징계 요구 처분으로 승진 임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보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있다”며 강원도의 A씨에 대한 처분은 잘못돼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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