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한 여자 펜싱의 간판 남현희(37ㆍ성남시청)가 “국제대회 메달 100개를 채우진 못했어도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남현희는 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항상 마무리가 중요한데, 동메달로 마쳤지만 3위의 감정을 배우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틀 전 열린 여자 플뢰레 단체전은 선수로서 남현희의 마지막 경기였고, 목에 건 동메달은 자신의 국제대회 99번째 메달이었다.
1999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남현희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최다 타이인 6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154㎝의 작은 키를 극복하고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며 ‘땅콩 검객’으로 불렸다. 2013년 딸을 출산한 뒤엔 ‘엄마 검객’이 됐다.
일본과 준결승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남현희는 “후배들과 호흡을 맞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을 때 희열이나 쾌감을 후배들과 느끼고 싶었지만 초반에 침체했던 게 사실”이라며 “운동선수로서의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에 8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여자 플뢰레 대표팀이 1998년 방콕 대회부터 5회 연속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금빛 찌르기에 실패했던 남자 플뢰레 대표팀이 24년 만에 단체전 금메달을 일궈낸 데 대해서도 남다른 감정을 드러냈다. 남현희는 “여자 플뢰레 대표팀이 한창 좋은 성적을 거둘 때 남자팀이 부진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아무래도 같은 플뢰레 선수라 마음을 쓰일 수밖에 없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며 웃었다.
남자 플뢰레 대표팀이 단체전 준결승 경기를 마치자 다가가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남현희는 자신처럼 상대보다 신장에서 밀리는 남자 선수들에게 이겨낼 방법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자 플뢰레 선수들이 다른 나라보다 신장이 작아 극복하려고 그 동안 운동을 많이 했다. 이번 대회에서 몸이 좋았는데,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얘기했다”며 “후배들이 잘 받아들여 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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