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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판 흔들기…北에 ‘헛된 기대 말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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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판 흔들기…北에 ‘헛된 기대 말라’ 경고

입력
2018.08.25 11:02
수정
2018.08.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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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폼페이오 장관 방북 계획 전격 취소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부진 인정 처음 

 북한에 ‘참을 만큼 참았다’ 경고 메시지 

 폼페이오 방북, 중국 무역 갈등과 연계해 북중 갈라 치기 

 2차 북미 정상회담 기대는 남겨둬 

 북미관계 또 다시 롤러코스터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을 전격 취소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기로에 서게 됐다. 교착 상태였던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무산됨에 따라 북미 관계가 더욱 험난한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특히 북미간 대화에 낙관론을 유지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경고라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남겨 둬 북미관계가 1차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롤러코스트를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측면에서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번에는 북한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 취소를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스티브 비건 포드자동차 부회장을 대북정책특별대표에 지명하면서 다음주 방북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급제동을 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한 배경으로는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조치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한 것이 직접적 요인으로 꼽힌다. “한반도 비핵화가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지 못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서 보듯 북한이 물밑 협상에서 내놓은 비핵화 조치가 미국의 기대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무부가 전날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도 북미간 조율이 순조롭지 않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북미간 협상 진전의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으나, 북미가 그간 줄다리기를 벌여온 핵 프로그램 신고와 종전 선언 등을 두고 타협점을 찾지 못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같은 상황에서라도 북한을 방문해 담판을 시도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또 다시 빈손으로 귀국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만만찮은 후폭풍에 직면하게 돼 결국 방북을 취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의 파장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북 외교 실패론까지 겹치면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일단 북미 협상을 원점으로 돌리면서 북한에 ‘참을 만큼 참았다’는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특히 미 행정부 내에서 누구보다도 북미 대화에 적극적이고 낙관적인 견해를 유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경고라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예사롭지 않다.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비등한 상황에서도 북한과 협상이 잘 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부진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자존심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적극 홍보해온 성과에 흠집을 내는 결정을 스스로 내린 것은 그만큼 북한에 대한 불만이 부글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방북 취소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벤트성 정상회담에 목매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진전되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 선거를 위한 정치적 홍보를 위해 2차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북한 역시 그간 대북 제재에 강경한 참모들을 비난하면서도 북미 회담에 낙관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은근한 기대감을 보여왔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폭적인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하지만 이번 방북 취소 결정을 통해 북한에 ‘헛된 기대’를 갖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비핵화 협상이 지지 부진한 배경으로 중국을 재차 걸고 넘어졌다. 그간 ‘중국 배후론’을 수 차례 꺼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중국과의 훨씬 더 강경한 교역 입장 때문에 그들(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은 아마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중국과의 무역 갈등 문제와 연계시켰다. 이 같은 중국 때리기는 북한과의 대화 실마리는 남겨놓되 북중간 결속을 차단해 북한에 대한 협상 주도권을 갖겠다는 전형적인 갈라 치기 전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김 위원장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며 "그를 곧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목전에 뒀던 지난 5월 24일 정상회담 일정을 취소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충격 요법’으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남겨둔 것이다.

당시 북한이 즉각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면서 싱가포르 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됐지만 이번 방북 취소 결정에 대해선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북미 관계가 비핵화 조치라는 본질적인 사안을 두고 교착 상태에 빠져든 만큼, 북한이 가시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는 이상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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