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경영권 승계 ‘묵시적 청탁’ 판단
최순실 1심대로 20년, ‘안종범 수첩’ 인정
대법원만 남은 재판, 법치와 정의 세웠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던 1심보다 형량이 늘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공범으로 기소된 최순실씨에겐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이 선고됐고,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겐 1심보다 1년 낮은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이로써 10월로 예상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항소심을 제외한 국정농단 사건의 2심이 마무리돼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만 남게 됐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부정한 청탁 인정 여부와 마필 구매대금의 뇌물 판단, ‘안종범 수첩’의 증거 인정 여부였다. 이 부분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1,2심, 박 전 대통령의 1심 등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놓고 박 전 대통령과의 ‘묵시적 청탁’이 존재했고, 마필 구매대금도 뇌물에 해당되며,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큰 틀에서 볼 때 이 부회장의 1심 판결과 동일한 기조인 셈이다.
가장 논란이 된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청탁과 관련해 재판부는 삼성그룹 내에서 승계 작업에 대한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 묵시적인 청탁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인식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 근거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재판부는 봤다. 정부에서 우호적인 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이 뇌물로 인정되고, 박 전 대통령 형량이 1년 늘어난 것은 이런 이유다.
박 전 대통령 1심에선 72억원, 이 부회장 2심에선 36억원으로 인정됐던 마필 구매대금이 이번엔 72억원으로 판단된 것도 주목할 거리다. 대법원으로 넘어간 이 부회장의 유무죄 인정 범위와 향후 확정될 형량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종범 수첩에 대한 증거능력 인정도 이 부회장으로서는 불리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선고로 박 전 대통령 형량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지원 혐의(6년)와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2년)를 포함해 총 33년으로 늘어났다. 박 전 대통령의 나이(66세)를 생각하면 종신형이나 다름없다. 일각에선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동정론도 나오고 특별사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라고 해서 헌법의 원칙과 가치를 유린하고 국가 기강을 문란하게 하면 준엄한 법의 심판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법치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미래의 위정자들에게도 커다란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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