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추모행사
전현 임직원 등 각계 500여명 참석
‘인재 육성’ 강조한 경영철학 되새겨
“SK 식구들 정말 수고가 많습니다”
故 최회장, AI 홀로그램 영상서 인사
“우리는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 기업의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몫이었다.”
오는 26일로 별세한 지 20년을 맞는 고(故) 최종현 SK 회장의 이 같은 신념은 현재 SK그룹 경영철학으로 자리 잡은 ‘사회적 가치 창출’과 맞닿아 있다. “장사꾼은 돈을 벌기 위해 사업하는 사람이고, 기업가는 돈 이외 목적으로 사업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던 그는 사회가 발전하는데 기업ㆍ기업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항상 생각했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경영철학이 바로 인재보국(人才報國)이다.
24일 서울 성동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고 최종현 회장 추모행사는 “석유는 한 번 쓰면 없어지지만 인간의 능력은 사용할수록 가치가 커진다”는 그의 경영철학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최태원 회장은 인사 말씀을 통해 “먼 미래를 준비한 혜안과 도전정신이 길잡이가 돼 SK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 땅의 자양분 역할을 하는 많은 인재를 육성한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가고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새로운 학술재단인 최종현 학술재단(가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 회장은 2001년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연구센터를 시작으로 아시아 7개국, 17개 대학에서 아시아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또 베이징ㆍ상하이포럼 등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포럼을 개최해 국제학술교류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어 “우리가 더 큰 꿈을 꾸고, 더 큰 행복을 만들 수 있다는 용기를 갖는다면 선대회장의 바람대로 일등 국가를 만드는 주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모행사 끝 무렵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홀로그램 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고 최종현 회장은 “국가ㆍ회사 발전을 위해 달려와 준 SK 식구들 정말 수고가 많다”며 “앞으로도 항상 지켜보고 응원하겠다”고 화답했다.
고 최종현 회장은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만큼 사람이 가장 큰 자원이고, 기업 경쟁력도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여겼다. 인재 양성으로 사회적 가치 만들어내겠다는 고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표 사례가 한국고등교육재단을 만든 일이다. 사재로 1974년 재단을 설립하면서 ‘학비ㆍ생활비 무료. 다른 조건 없음’과 같은 파격적 조건으로 유학생을 모집했다. 당시 유학생 1인당 연간 학비ㆍ생활비는 각각 3,500달러, 4,000달러에 달했다. 국내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560달러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고인은 “돈 걱정이 없어야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며 인재 양성 의지를 꺾지 않았다. 재단 해외 유학 프로그램으로 44년간 해외 유명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인재가 747명에 달한다. 1980년 함께 유학길에 올랐던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 김용학 연세대 총장도 그들 중 하나다.
광고주를 구하지 못해 1973년 TV프로그램 장학퀴즈가 폐지 위기에 놓이자 구원투수로 나선 것도 고 최종현 회장이었다. 그 해 2월 18일 방영 분부터 시작해 SK는 46년째 장학퀴즈를 단독 후원하고 있다. 그 덕에 장학퀴즈는 국내 최장수 TV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다. 고인이 1980년 장학퀴즈 방송 500회를 기념하고자 제작진과 식사하면서 “장학퀴즈로 벌어들인 돈이 7조원쯤 된다. 기업 홍보 효과가 1조~2조원,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교육한 효과가 5조~6조원”이라고 말한 건 유명한 일화다.
이날 행사에는 최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이사회의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전ㆍ현직 SK 임직원이 참석했다. 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박관용 전 국회의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포함한 각계 인사 500여명이 고인의 유지를 기렸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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