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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당뇨병 환자에 금기 음식 짜장면ㆍ햄버거… 맘껏 드실 수 있게 만들었죠”

입력
2018.08.26 15:00
수정
2018.08.26 18:2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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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키친 박재연 대표

#국내 첫 당뇨 관리 전문식단

반조리 형태로 포장ㆍ배송까지

배재연 닥터키친 대표가 당뇨 환자식을 앞에 놓고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배재연 닥터키친 대표가 당뇨 환자식을 앞에 놓고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당뇨 환자에게 먹는 즐거움을 돌려드립니다.’

닥터키친의 슬로건은 도발적이다. 식도락과는 담을 쌓고 지내야 할 당뇨 환자에게 동태찌개, 닭볶음탕, 육개장 등은 물론 짜장면, 비빔밥, 햄버거처럼 금기시되는 음식까지 제공한다니. 닥터키친은 이처럼 모순돼 보이는 일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고 있다. 닥터키친이 단순히 식품기업이 아니라 식품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했다는 뜻에서 푸드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건 이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 겨우 3년밖에 안 된 작은 회사지만 닥터키친은 이미 당뇨 환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당뇨 관리 전문 식단을 반조리 형태로 포장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개발한 식단이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기존의 환자식과 달리 맛도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당뇨 환자와 임신성 당뇨를 앓는 여성들 사이에서 금세 화제가 됐다. 게다가 식단이 520여개에 이를 만큼 다채로워 그간 식욕을 억눌러야 했던 당뇨 환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까지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회사는 매 분기 20~3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쟁쟁한 벤처캐피탈이 5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주주로 참여하기도 했다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는 “음식이야말로 예술이면서 과학인데,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서 둘 사이에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건강뿐만 아니라 먹는 즐거움까지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는 통념을 깨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영양사와 식품영양학자, 특급호텔 출신 셰프, 의사 등 다양한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 내부 연구개발(R&D)팀과 함께 당뇨 환자 맞춤형 식단을 만들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의사 소통을 해야 했기에 그 역시 영양학과 관련 의학 분야에 대해 수많은 논문과 자료를 읽으며 공부해야 했다.

#영양ㆍ의학분야 논문 읽으며 공부

대학병원 임상실험 벽 넘어

환자 혈당까지 낮추는 변화 입증

#심혈관 등 식이요법 중요한

환자식 개발해 출시 계획도

박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닥터키친의 식단이 실제로 환자의 혈당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임상시험도 했다. 그러나 신생 스타트업이 유명 종합병원의 높은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주위에서도 무모한 일이라며 그를 말렸다. “대형 종합병원이 인지도가 거의 없는 신생 회사에 선뜻 임상시험을 허락해주겠나” “임상시험을 한다 한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겠나” 하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박 대표는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국내 최고 평가를 받는 병원을 찾아가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10여 차례 찾아간 끝에 허락을 받아냈고 당뇨 환자들을 대상으로 3개월간 닥터키친의 식단을 섭취하게 한 결과 유의미한 변화를 입증했다. 2016년 삼성서울병원과 임상 시험 이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분당서울병원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들과 공동 연구 및 임상시험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그간의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논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닥터키친이 단기간에 주목받는 푸드테크 기업이 된 건 이런 노력의 결과다. 환자를 위한 식단 및 레시피 연구ㆍ개발, 임상시험, 제조, 배달까지 하는 업체는 사실상 이 회사가 유일하다. 철저히 소비자의 눈에 맞춘 전략도 주효했다. 박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당뇨 환자들이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지 듣고 이를 식단에 반영했다. 당뇨 환자들의 대표 금기 음식이자 이들이 가장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인 짜장면을 비롯해 짬뽕, 라면, 군만두, 햄버거 등이 그렇게 개발됐다. 실제로 닥터키친의 식단을 보면 흰 쌀밥을 제외하면 금기 음식이란 없다고 느낄 만큼 다양하다.

건강과 음식을 다루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박 대표는 이 두 분야와 전혀 무관한 길을 걸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고 이후 효성 전략본부 경영혁신팀장을 거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에서 디렉터로 일했다.

“대학 때부터 멋진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어요.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 발전이 더딘 분야를 찾다 식이요법 전문기업을 세워봐야겠다 결정했죠. 잘 모르는 분야였으니까 할 수 있었지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겁니다.”

박 대표는 당뇨 환자를 위한 식단 개발에 그치지 않고 좀 더 근본적으로 건강을 되돌려줄 수 있는 음식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인의 질환 중 상당수가 잘못된 식습관으로 발생하는 만큼 올바른 식사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심혈관 질환 등 식이요법이 중요한 다른 질병을 위한 식단도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닥터키친의 식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적절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종합적인 서비스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죠.”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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