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가 중국에 무역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 덕에 중국이 더욱 위대해졌다”며 조롱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ㆍ전 세계에 유포하다 돌연 긴급 삭제했다.
22일 뉴욕타임스(NYT),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중국중앙(CC)TV 자회사인 CGTN은 지난 20일 밤 유튜브에 ‘고마워요 트럼프, 당신은 대단해!’라는 제목의 영어로 된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다. 영상은 미 CNBC방송 기자 출신으로 현재 CGTN 소속인 청레이 앵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청레이 앵커는 영상에서 “중국과 미국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충격 요법을 사용해 감사하다”고 운을 뗀 뒤, “중국이 겸손할 수 있도록 해 주신 점도 감사하다. 과신과 자축이 당신을 제외하고는 미덕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알려 줬다”고 비꼬았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덕으로 중국은 단점을 깨닫고, 경제 개혁을 할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더 많은 해외 투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청레이 앵커는 또 “의사들을 대신해 미국의 버번위스키나 베이컨 등을 끊게 해준 것에 대해서도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CGTN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달 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화장실에 있는 그림과 함께 “70대 노인은 오전 5시에 화장실 변기에 앉아 정신 건강이 의심되는 트윗을 게재할 수 있다”는 자막을 내보냈다. 케리 브라운 영국 킹스칼리지대 교수는 NYT에 “무역전쟁이 현시점에서 중국에 불리하다는 점을 느끼고 압박을 가할 기회를 엿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청레이 앵커가 등장하는 영상은 22일 삭제됐다. 이를 두고는 22일부터 진행된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삭제 시점은 주목할 만하다”라고 보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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