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복의 잇단 증언에 정당성 타격
WSJ “탄핵은 없을 것” 전망에도
11월 중간선거 참패 현실화 땐
정치적 압박에 탄핵 이어질 수도
트럼프, 정치적 위기 벗어나려
북한에 강경 태도로 돌변할 가능성
임기 내내 각종 스캔들과 대외정책을 둘러싼 논란에도 흔들리지 않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ㆍ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의 진전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 정부가 당장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지는 않겠지만, 11월 중간선거 패배와 맞물릴 경우 순식간에 정국 주도권을 상실하고 탄핵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한국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인데, 특히 북한 비핵화 협상의 경우 파국적인 반전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불리한 발언이 잇따르면서 트럼프 정권의 정당성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치권에서는 탄핵 추진 같은 극적 변화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민주당조차 일부 급진 성향 인사를 제외하고는 탄핵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공화당 주류도 침묵을 택했다.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 이래 공화당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평균 86%였다.
문제는 11월 중간선거다. WSJ에 따르면 공화당에서는 부동층 유권자가 대거 민주당 쪽으로 넘어가면서 하원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탄핵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온라인 도박사이트 프리딕트잇(PredictIt)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까지 임기를 유지할 확률을 하루 만에 70%에서 64%로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를 제외하면 근 3개월간 최저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에 몰리면 그의 외교ㆍ안보, 통상정책이 궤도에서 이탈하고 한국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다면 이미 미국 정치권 주류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북미 협상이 가장 먼저 제물이 될 수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치적 위기에 빠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초점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북한에 강경 태도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얻어내기 위해 서두르는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중간선거 이후에도 동일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경제부문에서는 미국 경제가 호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감세 입법이 이미 완료됐다는 점, 중국과 캐나다ㆍ멕시코ㆍ유럽 등에 강경한 통상 압박으로 양보를 얻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2일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위기가 증폭되면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증가가 투자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국제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치권 전반이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고 있는 만큼 경제 통상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정치권의 위기는 당연히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한국 경제에는 어쨌든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폭스뉴스 프로그램 ‘폭스앤프렌즈’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약 탄핵을 당한다면, 미국 주식시장은 붕괴할 것이고, 모두가 매우 가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국의 불안정성이 고조되면 그만큼 경제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위기 심리를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규제와 감세 정책 등의 효과를 거듭 내세우며 “이만큼 일을 잘해낸 누군가를 어떻게 탄핵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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