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항구마다 피항 선박 가득… 초조한 어민들 태풍 진로에 촉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항구마다 피항 선박 가득… 초조한 어민들 태풍 진로에 촉각

입력
2018.08.23 17:20
수정
2018.08.23 23:14
2면
0 0

목포항에 5600척 전쟁터 방불

“바다농사 망칠라” 어민들 불안

항공기-여객선 운항 전면 통제

전북 군산해경 직원들이 23일 오후 태풍 상륙에 대비해 군산시 해망동 내항으로 피항한 선박들을 점검하고 있다. 군산해경 제공
전북 군산해경 직원들이 23일 오후 태풍 상륙에 대비해 군산시 해망동 내항으로 피항한 선박들을 점검하고 있다. 군산해경 제공

23일 오전 11시 피항 선박 5,600여척이 들어선 전남 목포항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8년 전 곤파스와 볼라벤 피해를 입었던 기억이 있는 어민들의 얼굴에는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항구 주변은 세찬 비와 거센 바람이 간간이 불어오고 있었고 주민들은 점심시간에도 모두 항구에 나와 19호 태풍 솔릭의 정보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목포항에는 25개 항로에 여객선 51척의 운항이 전면 통제되고 소형어선들은 육지로 옮겨져 여객선 이용객은 보이지 않았다. 피항에 나선 어민들은 태풍이 강한 중형급 세력을 유지하고 이동속도가 느리게 온다는 소식에 적막감이 흘렀다.

박진철(58ㆍ부산)씨는 “바다에 고기도 없어 걱정거리인데 태풍으로 인해 어선도 잘못될까봐 불안에 떨고 있다”며 “태풍이 지나가면 동해안까지 가야 할 상황인데 또 다른 태풍이 온다고 하니 올해 바다농사는 망친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한반도 최서남단 신안군 가거도 주민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솔릭 영향에 접어든 가거도는 강풍과 비가 몰아치면서 산더미 같은 큰 파도가 가거도항 방파제를 타고 넘으면서 육지에 흰 물보라를 때렸다.

잠시 정전과 공사현장 폐쇄회로(CC)TV 작동이 멈추자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주민 김모(48)씨는 “어린 학생들이 있는 가족들은 모두 육지로 미리 나갔다”며 “이곳 비바람은 워낙 거세 외출을 자제한 채 문을 걸어 잠그고 집에서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 주변의 군산항은 초긴장 속이다. 어민들은 어선을 육상이나 가까운 항ㆍ포구로 피항시키고 그물이나 어구도 회수했지만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군산과 부안 등 항구에는 연안어선과 낚시어선 등 2,800여척이 안전지대로 대피해 있으며 강풍과 풍랑에 취약한 소형어선은 크레인을 이용해 육지로 인양했다.

하늘길과 바닷길은 모두 막혔다. 군산∼제주를 오가는 항공기 운항(하루 3편)이 모두 끊겼고 군산에서 섬들을 잇는 4개 항로의 여객선 5척의 운항도 전면 통제됐다. 전북도내 공원탐방로 99곳의 입산이 통제됐고 야영장 111곳, 하천 둔치 주차장 9곳도 임시 폐쇄됐다.

유치원과 학교는 전면 휴교령이 내려졌다. 전북도교육청은 24일 하루 전면 휴업하라고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긴급 지시했다. 이에 따라 도내 531개 유치원과 초ㆍ중ㆍ고 766개, 특수 10개 등 1,307개 학교가 문을 닫는다.

전북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의 대응체계를 3단계로 격상했다. 태풍 피해로 이재민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500여곳의 임시 거주시설과 산사태 위험지역 1,700여개소를 점검하고 재해구호물자 등을 확보했다. 주민들에게는 민방위 경보 시스템과 마을방송 등을 통해 태풍대비 계도방송을 수시로 내보내며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솔릭은 당초 자정 무렵 충남 보령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24일 새벽 전남 영광 인근에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북 육ㆍ해상 전역은 이날 밤부터 태풍의 직접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예상 강수량은 50~150㎜,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30~40m로 예상된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태풍 경로가 변경, 전북지역을 관통하는 상황인 만큼 긴장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도ㆍ시군ㆍ유관기관ㆍ도민 간의 소통과 협력체계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력을 초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군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