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ㆍFTA 등 정부 옹호 지시
영장 없이 불법 감청 등 확인
김용판 전 청장은 혐의 안 드러나
지시 밝힌 조현오 전 청장 내주 소환
‘이명박(MB) 정부 경찰 댓글 공작’ 의혹을 자체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당시 경찰청 보안국장 황모씨 등 전ㆍ현직 경찰 간부 4명에 대해 2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사단은 댓글 공작의 정점에 있는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을 다음주 소환할 방침이다.
특별수사단은 2010~2012년 경찰청에 재직했던 보안국장 황씨와 정보국장 김모씨, 정보심의관 정모씨 등 전직 간부 3명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당시 보안수사대장인 민모 경정에 대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씨와 정씨는 6ㆍ13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MB 정부 당시 여당) 예비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수사단에 따르면 황씨는 보안사이버요원 90여명에게 차명 아이디를 동원해 일반인 행세를 하며 구제역 이슈 등에 정부 당국을 옹호하는 댓글 4만여건을 달도록 지시한 혐의다. 수사단은 이 가운데 현재 포털 사이트 등에 남아있는 댓글 750여건을 확인했다.
김씨와 정씨는 100여명의 서울경찰청 및 일선서 정보과 직원들에게 댓글 작성을 지시했다. 이에 직원들은 가족 등 차명 계정을 통해 일반인으로 가장,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희망버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슈에 정부 입장 옹호 댓글 1만4,000여개를 달았으며 수사단은 이 중 현재 남아있는 7,000여개 댓글을 확인했다.
민 경정은 국군사이버사령부 ‘정부정책 비판’ 악플러 색출 전담팀인 블랙펜(Black Pen) 작전 자료를 군으로부터 받아 내사나 수사에 활용했으며 영장 없이 감청프로그램을 이용해 불법 감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단 관계자는 “그간의 수사를 종합한 결과,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책임이 중하여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피의자들에 대해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씨 이후 보안국장을 맡아, 올 3월 참여연대의 관련 고발 당시 피고발인 명단에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댓글 작성 지시 혐의가 짙었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영장 신청 대상에서 빠졌다. 수사단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은 댓글 공작에서 별 역할이 없던 것으로 파악돼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이달 초 수사단 소환 조사에서 “당시 조현오 청장이 댓글 작성을 지시했지만 위법한 것으로 판단돼 따르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청장에 대해선 “다음주 중에 소환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수사단은 밝혔다. 조 전 청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G20 정상회담, 한미 FTA 등 현안에 대해 댓글 작성을 지시한 바 있지만 여론 조작은 아니고 범죄예방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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