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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한국당 부서져서 큰 당으로 통합해 총선 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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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한국당 부서져서 큰 당으로 통합해 총선 치러야…”

입력
2018.08.23 16:56
수정
2018.08.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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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를 앞둔 4월 11일 당시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이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6·13 지방선거를 앞둔 4월 11일 당시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이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부서져서 보수의 가장 큰 당으로 흡수, 통합해 다음 총선을 치러야 한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보수 대통합’ 구상이다. 바른정당의 정치 실험을 기록한 백서인 ‘개혁보수의 길 385’에서 밝혔다. 바른정당은 2016년 말 국정농단을 거치며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를 가치로 이듬해 1월 창당한 당이다. 이후 ‘안철수의 국민의당’ 일부와 손잡고 ‘바른미래당’으로 통합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발간된 이 백서는 바른정당 간판을 걸고 활동했던 기간인 385일을 기록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해체된다 해도…”

유 의원은 백서에 실린 인터뷰에서 “(6ㆍ13) 지방선거가 끝난 뒤 자유한국당이 정말 더 망해야 한다”며 “저기가 부서져서 바른미래당이 (한국당 내 개혁세력을) 상당 부분 흡수해 보수에서 제일 큰 정당이 될 수 있으면, 그런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백서 제작 기간이었던 올해 3월 이뤄졌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치른 뒤 상황은 이 같은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위기감에 몰린 한국당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영입했다. 유 의원의 구상이 맞아 떨어지려면 김 위원장이 혁신을 명분으로 당내 ‘친박’을 비롯한 국정농단 책임세력 청산에 나서야 했지만, 김 위원장은 칼을 꺼내 들지 않았다. 한국당 내 친박 핵심 세력이 잔존하는 한, 유 의원을 비롯한 개혁보수, 중도보수 세력과 통합은 요원하다.

유 의원은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의 밝지 않은 미래를 둘러싼 고민도 털어놨다. “바른정당을 시작했을 때와 바른미래당이 겪어왔고 겪을 과정이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국민이 지지를 하려면 저 정당이 자기한테 어떤 정당인지 머릿속에 들어와야 한다”며 “내가 먹고 사는 데 자유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보다 뭐가 좋은지, 지지하는 이유가 있어야 지지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이 그간 개혁보수, 혹은 중도보수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바른미래당이 살 길은 개혁보수라는 점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 혹은 정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바른미래당을 지지할 일은 없어요. 자유한국당은 지지하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는 불안해서 못 믿겠고, 그래서 중간에 마음 둘 곳이 없는 사람들의 수요를 채워줄 당이 되려면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결합이라고 안철수 대표에게도 말했어요.”

통합 후 바른미래당의 노선과 행보에 자성하기도 했다. “이 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한국 정치에서 굉장히 문제가 있는 거예요. 결국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얼마나 강하냐, 결기가 있느냐, 깨끗하냐, 책잡힐 것 없나, 세게 밀어붙일 수 있나… 여기에 달렸어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바른미래당이 해체 한다고 해도 보수 개혁의 필요성은 남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유 의원은 “이 정당이 없어져도 그 수요는, 보수가 바뀌어야 된다는 필요는 남는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백서에는 ▲2016년 12월 새누리당 탈당 ▲2017년 1월 바른정당(33석) 창당 ▲같은 해 4, 5월 의원 권성동 등 의원 13명 탈당ㆍ자유한국당 복당, ▲같은 해 11월 김무성 등 의원 9명 2차 탈당ㆍ복당 ▲2018년 1월 김세연ㆍ황영철 의원 3차 탈당ㆍ복당 ▲2월 국민의당과 통합ㆍ바른미래당 창당에 이르기까지 주요 고비마다 숨겨진 비화가 의원들의 인터뷰로 기록됐다.

이혜훈 “바른정당 탈당파 ‘반기문 옹립 목적’ 고백… 쪼개지는 건 필연”

올해 1월 24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렸던 창당 1주년 행사. 당시 참석한 유승민(맨오른쪽) 대표 정병국 초대 당대표(오른쪽 두번째), 이혜훈 전 대표 등이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해 1월 24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렸던 창당 1주년 행사. 당시 참석한 유승민(맨오른쪽) 대표 정병국 초대 당대표(오른쪽 두번째), 이혜훈 전 대표 등이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특히 대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해 5월 2일 집단 탈당 사태를 회고하는 의원들의 생생한 속마음도 흥미롭다. 당시 바른정당은 밤샘 의원총회까지 하며 격한 내부 토론을 벌였다. 당시 일부 의원들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단일화’를 요구했고 관철되지 않자 탈당했다. 이혜훈 의원은 “(당시) 그 의총에서 제가 ‘고생스러움은 우리가 다 예견하고 나오지 않았나. 지금 고생 몇 달 했다고 포기하고 들어가느냐’고 말했더니 한 중진 의원이 대놓고 ‘우리가 왜 나왔는데, 보수개혁?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반기문(을 대선 후보로) 옹립해서 정권 잡으려고 나왔지. 왜 이렇게 정신 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개혁보수라는 가치를 따라 나온 의원들과 새누리당 간판으로는 불가능하니 당시 뜨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후보로 대선을 치르려던 의원들이 결합한 바른정당의 태생적 한계였다. 이 의원은 “그때 ‘당은 쪼개진다. (이건) 필연이다’ 이렇게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오신환 의원 역시 “한국당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들어가서 그 당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국민들도 전혀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지만 외부에서 충격을 줘 그 거대한 자유한국당이 깨져서 옛 바른정당이 추구했던 방향성과 가치에 동의하면서 흩어져야만 보수가 새롭게 가고 우리가 정권을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 누구보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의 자괴감과 배신감이 가장 컸을 것이다. 유 의원은 “반기문 대통령 세우기에 실패한 사람들이 자기 당 대선 후보는 안 도와주고 계속 주력한 게 홍준표 후보와의 단일화 아니면 단일화도 없이 그냥 홍 후보에게 (당을) 갖다 바치자는 거였다”고 비판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일련의 바른정당 탈당 사태를 두고 “명분이 실리에 잠식되어가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평했다.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인 선거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야 두 거대정당에 귀속되는 것이 각 현실정치적으로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이는 개헌 못지않게 선거법 개정이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정병국 “우리는 돈키호테였다, 방법 잘못됐다고 포기 안돼”

올해 2월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안철수·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 김동철 원내대표가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해 2월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안철수·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 김동철 원내대표가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백서 곳곳에서는 바른정당이라는 한국 정치사 최초의 개혁보수 실험을 기록해 만들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385일의 ‘작지만 큰 역사’다. 바른정당의 정책위의장이었던 지상욱 의원은 “이 백서는 바른정당 1주년을 맞아 우리의 발자취를 담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됐고, 통합과 지방선거라는 바쁜 과정에서 틈틈이 편찬 작업을 이어나갔다”고 설명했다.

백서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부터 통합신당인 올해 바른미래당 창당 직후까지 행적을 ‘타임라인’을 따라 마치 사료처럼 기록했다. 탈당ㆍ창당 선언문, 신당의 정강ㆍ정책부터 의원총회 같은 회의의 속기록, 정책 활동까지를 아우른다. 여기에 당시를 회고하는 의원들의 인터뷰를 중간중간 넣어 생생함을 더했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해설까지 더한 효과가 있다. 어떤 대목에서는 의원들마다 판단이나 해석이 달라 모자이크 조각을 붙이는 재미도 있다.

창당의 주역들도 발간사와 격려사로 바른정당이 역사에 새긴 개혁보수란 새 길의 뜻을 기렸다. 바른정당 초대 당대표이자 백서편찬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은 “우리는 저 풍차를 향해 달리던 돈키호테였고, 스스로의 목에 밧줄을 걸고 나온 칼레의 시민들이었으며, 두물머리에서 만난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이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정 의원은 “하지만 부족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며 “우리의 가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방법이 잘못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치혁신과 개혁보수의 길에 바른정당의 이름은 끝이 났지만 하지만 바른정당의 정신과 가치는 남았으며, 역사의 요구와 국민의 명령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의원도 “보수를 바라보는 우려와 비판, 냉소와 환멸의 시선 속에 우리 바른정당의 역사도 있었다”며 “바른정당 385일의 역사 곳곳에 개혁보수를 실현하고자 했던 많은 분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바른정당의 역사는 개혁보수의 첫 실험이고, 그것은 앞으로 보수가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보수로 거듭나기 위해 살펴봐야 할 중요한 경험이자 자산”이라고 밝혔다.

백서에는 옛 바른정당 당직자들의 손때가 묻어있다. 구본근 기획국장, 박미영 정책국장, 박천욱 홍보국장, 윤미라 조직부국장, 황유정 대변인, 김익환 부대변인이 편찬위원으로 참여했다. 박미출 당협위원장(부산 북ㆍ강서을), 임훈 당협위원장(경기 구리), 임승호 청년대변인, 김경동 청년정치학교 1기 회장, 김길성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 최승현 책임연구원도 실무를 맡은 편찬위원들이다.

바른정당 사무처의 주축이었던 당직자들은 친박 세력의 행태에 환멸을 느껴 옛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와 합류한 이들이다. 그러나 최근 당직자 17명은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사무처 구조조정이 일방적이고 반민주적인 처사”라고 비판하며 당을 나왔다. “우리가 스스로 퇴직을 할 테니 남은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 21명의 지위를 유지해달라”는 요청과 함께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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