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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양천구까지... '고삐 풀린 집값' 서울 전역이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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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양천구까지... '고삐 풀린 집값' 서울 전역이 들썩인다

입력
2018.08.23 16:34
수정
2018.08.23 21: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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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인상 등 예고 불구

아파트값 1주 새 0.37% 오르며

30주 만에 최대 상승 폭 기록

용산ㆍ영등포구 ‘박원순 호재’에

‘강북권 개발 계획’이 불붙여

집값 폭등 전방위 확산 양상

“당분간 상승세 이어질 듯”

“용산은 휘발성이 너무 강한 지역이라 불이 붙을 까봐 겁이 날 정도다.”

지난해 폭등한 서울 집값이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올해 초 국토교통부 고위 간부가 한 말이다.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할 경우 용산지역 집값이 급등할 수 있고 이 경우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집값은 다시 들썩일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이 같은 우려는 결국 반년 만에 현실이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ㆍ용산 개발 계획 발표는 이 지역 집값에 불을 붙였다. 더구나 박 시장이 한 달 간 옥탑방 생활 후 발표한 ‘강북권 중심 도시균형발전 정책’ 구상은 이 불을 강북까지 확산시켰다. 이미 집값은 서울 전역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르고 있다. 지난해 집값 폭등 양상이 재연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7% 올랐다. 1월 마지막 주 0.38% 오른 이후 30주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동작구의 아파트값이 0.80%로 가장 많이 뛰었고, 강동구(0.66%)와 강남구(0.45%), 송파구(0.46%) 등도 강세를 보였다.

이른바 ‘박원순 호재’의 수혜를 받은 지역의 집값도 많이 올랐다. 박 시장의 여의도ㆍ용산 개발 계획 기대에 용산구(0.45%)와 영등포구(0.51%)는 계속해서 높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박 시장의 ‘강북권 중심 도시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도시철도(경전철) 목동선이 지나게 될 양천구도 0.56%가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동작구의 뒤를 이었다. 인근 강서구(0.53%)도 0.5% 이상 올랐다. 면목선이 계획되는 중랑구는 0.15%의 상승률을 보여 지난주 0.05%보다 그 폭이 3배 가량 커졌고 강북구(0.34%)도 지난주에 비해 상승 폭이 뛰었다.

가까스로 잠잠해진 서울 집값은 박 시장의 여의도ㆍ용산 개발과 강북권 균형발전 계획 발표 이후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투기지역 추가 지정과 집값 급등 지역 공시가격 인상 등의 조치를 예고했는데도 집값 상승폭은 더 커지고 있다.

현장 분위기는 더 심상치 않다. 실제로 지난주 서울에선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은 지역이 없다. 경전철 목동선이 지나는 양천구 목동 일대 중개업소에는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올초 12억원대에 거래된 목동 5단지 전용 95㎡는 최근 15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목동신시가지 7단지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여의도ㆍ용산 개발 계획 발표 이후 4,000만원 가량 올랐는데 최근 목동선 개발 계획이 발표된 뒤 그나마 남아있던 매물도 모두 사라졌다”며 “집주인들이 1억원 가량 더 올려서 내놓겠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역시 상당수 단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한강변과 인접한 밤섬자이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초 12억6,000만원에 거래된 밤섬자이 전용면적 118㎡이 최근엔 14억8,000만원에 매매됐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서울 집값 상승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랑구도 들썩이긴 마찬가지다. 면목동의 K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면목두산아파트 4단지가 2주만에 1,000만원 더 오른 가격에 계약됐다”고 말했다.

은평구도 단지 대부분이 전고점을 넘어섰다. 호가가 오르지만 매수세는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은평구 진관동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은평구의 가장 큰 약점이 교통이었는데 약점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그 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덜 올라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박 시장의 강북권 중심의 도시균형발전 계획은 여의도ㆍ용산과 달리 대규모 개발이 아닌 데다 경전철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발표가 서울 집값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가 하루빨리 혼선을 정리하지 않는 한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집값 상승을 견인한 결정타는 박 시장의 여의도ㆍ용산 개발 발표”라며 “10~20년 걸리는 장기적인 계획인데 마치 시장 임기 내에 끝나는 것처럼 발표가 돼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시장 유동자금이 상당히 풍부하고 여전히 매도자 중심의 시장인 상황에서 개발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당분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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