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역과 깊이 결부된 담비와 인삼 등의 특산품을 수렵 채집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민족이 뒤섞인 시장에 젊었을 때부터 드나들던 누르하치는 유능한 무장이자 동시에 ‘상업 자본가’이기도 했다.” 낯선 시각이라 반갑다. 중세와 근대를 잇는 전환기를 ‘근세’라 부른다. 애당초 짧은 전환기로 설정됐으나 자꾸 한정 없이 늘어지는 근세라는 용어가 대체 무엇이냐 같은 골치 아픈 문제는 학자들에게 맡겨두고, 대신 한중일 근세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 지만 보자.
동아시아의 근세
기시모토 미오 지음ㆍ노영구 옮김
와이즈플랜 발행ㆍ132쪽ㆍ1만1,000원
이 책은 불과 100쪽 남짓한 본문 안에서 교류와 교역의 흐름으로써 한중일 동북아 3국의 근세에 대해 아주 솜씨 좋게 정리해내고 있다. 은, 담배, 무기, 고구마 등으로 본 동북아 근세사다. 단적인 예가 중국의 명ㆍ청 왕조 교체에 대한 설명이다. 저자는 중국 남부의 생사(生絲) 무역권과 중국 동북부의 인삼과 모피 무역권 간의 다툼으로 묘사한다. 누르하치가 야심찬 군인이기도 하지만, ‘상업 자본가’이기도 한 이유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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