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말레이 총리 中서 귀국
“로힝야 문제 적극 개입해야”
중국 방문을 마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남중국해 문제로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과 대립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서는 동남아 국가들이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깨고,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하티르 총리는 태국 P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강대국이며 우리는 중국과 전쟁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과 대립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뷰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마하티르 총리는 21일 방중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이 점(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말레이시아는 약간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국가들이 남중국해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대해 항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초강대국들은 그런 항의를 쉽게 무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과 각을 세워 실익을 얻기 힘든 만큼 다른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마하티르 총리는 또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선박에 대해 항행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모든 선박’에 미국의 군함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몇몇 섬을 포함해서 그 바다가 자신들(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가 왜 그들을 자극해야 하느냐”며 “말레이시아도 그곳에 섬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선박들의 자유로운 항행”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자유롭게 다니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전함들은 그 섬들을 근접해서 항행함으로써 중국에 도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전쟁은 더 이상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인터뷰에서 광범한 국제 이슈에 대해 언급한 마하티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 정부의 정책들이 폐기됐듯 선거에서 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도 안돼 자신의 생각을 뒤집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과는 함께 일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좋은 진전”이라고 말했다.
1982~2003년 말레이시아를 철권 통치한 마하티르 총리는 당시 고수하던 아세안 특유의 ‘내정 불간섭’ 원칙에서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내정 불간섭의 원칙은 좋은 원칙이다. 하지만 회원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아세안은 ‘인재(人災)’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지도자 폴 포트에 의한 대량학살 사건을 예로 든 그는 “그때 우리는 그 옆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사건은 인재였다. 지금 로힝야 문제와 관련, 미얀마를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의 개입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회원국들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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