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2부제ㆍ쓰레기 투기 금지 등
각종 정책홍보용 현수막 난립
가로수에 어설프게 묶여 있어
차량ㆍ행인 덮치면 2차 사고 위험
서울시 “불법 현수막 없다” 모르쇠
태풍 ‘솔릭’ 영향권에 든 23일 오전 서울 종로6가 대로변에 걸린 현수막이 바람이 펄럭이고 있었다. 정식 게시대가 아닌 탓에 가로수와 가로등에 위태롭게 매달린 현수막은 바람이 조금만 더 강해지면 언제든 공중으로 날아갈 듯 위아래로 들썩였다. 현수막 아래를 지나가는 일부 행인은 불안한 눈빛으로 위를 쳐다보면서 “저대로 두면 태풍 불 때 위험한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지정된 게시장소를 벗어난 불법 현수막이 판을 치고 있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구청이나 경찰서 등 공공기관에서 각종 정책홍보용으로 설치한 것들. 일반 사설 단체의 것들은 눈에 띄는 대로 철거가 되고 있지만 법을 더더욱 지켜야 할 공공기관이 내건 현수막들은 오히려 예외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현수막이 2차 사고를 발생시킬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로 태풍이 본격 상륙하면서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가로수나 가로등에 노끈 등으로 어설프게 묶여 있는 대부분 현수막이 떨어져 나가 차량이나 행인을 덮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대구에선 초속 20m에 가까운 강풍에 현수막이 날아가면서 천을 고정하기 위해 부착된 각목에 의해 시민 2명이 다치고 차량 유리가 깨졌다. 회사원 김범규(27)씨는 “태풍 솔릭이 온다는 소식에 되도록 현수막 근처는 가지 않으려 한다”며 “아무리 시민 대상 홍보 및 경고 목적이라도 재난재해 위험 기간에는 잠시 떼어놓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 관계자들이 수시로 불법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며 “요즘 길거리에서 현수막을 본 적이 있나, 불법 현수막은 전혀 없다”고 되물을 정도. 하지만 22일과 23일 종로ㆍ노원ㆍ영등포구 등을 돌며 기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현수막만 해도 여럿이다. 대부분은 ‘차량 2부제 동참’이나 ‘쓰레기 투기 금지’ 등을 알리기 위해 관내 구청과 경찰서에서 설치한 것들이다.
일부 구청에서는 뒤늦게 철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종로구청은 “22일까지 모두 수거를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가 기자가 불법 현수막이 게재된 위치를 밝히자 “해당 동주민센터에서 즉각 수거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구청은 “수시로 불법 현수막 수거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인력이 부족한 탓에 미처 철거하지 못한 곳이 있다”고 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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