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하위 20% 가구 소득 7.6% 감소
소득주도성장 추진 불구 고용 부진 탓
저소득 가구의 소득이 2분기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부유층의 소득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급등했다. 제조업 침체, 내수 부진,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일자리 절벽의 직격탄을 저소득층이 고스란히 맞은 결과다. 문재인 정부가 서민층의 주머니를 채워 소비를 늘리고 경제도 살리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심해진 결과가 나오며 경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23일 통계청의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4~6월 소득 최하위 20% 가구(1분위)의 소득은 월 132만4,9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6%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2분기 기준 최대 감소폭이다. 가구 주수입원인 근로소득(51만8,000원)과 사업소득(19만4,100원)이 각각 15.9%, 21.0%씩 준 게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차하위(20~40%) 가구의 소득도 월 280만200원으로 2.1% 줄며, 역시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반면 최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913만4,900원으로, 10.3%나 뛰었다. 이들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상ㆍ하위 가구의 소득격차가 벌어지며 빈부격차 역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상위 20%의 월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5.23배로 집계됐다. 2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로, 이 지표가 높을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소득이 급감한 배경으론 고용 부진이 꼽힌다. 2분기 저소득층 비중이 높은 도ㆍ소매업(편의점ㆍ주유소 등)과 숙박ㆍ음식업(모텔, 식당 등) 일자리는 전년동기대비 7만4,000개나 줄었다. 조선ㆍ자동차 등 제조업이 침체되며 내수 경기가 가라앉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일자리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 일용직이 월 평균 3만4,000명씩 준 것도 타격이 컸다. 반면 고용이 안정적인 고소득층은 임금상승 등으로 소득이 늘었다. 5월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평균 임금은 1년 전보다 4.4% 증가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일자리가 창출돼야 소득격차도 줄어들 수 있다”며 “생산성 증대, 산업경쟁력 강화, 규제 완화 등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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