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라고 한다면 단연 '남북 문제'일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나라가 망한 것처럼 이야기했던 이들이 집권한 9년이 지난 후 남북 문제는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무방할 수준으로 냉각되었다. 하지만 2018년은 말 그대로 남북 문제의 대대적인 전환점처럼 발현되며 판문점 선언은 물론이고 싱가포르에서의 미국-북한의 정상 회담까지 치러지며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릴적 들렸던 통일전망대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쉐보레의 컴팩트 SUV, 트랙스와 함께 자유로를 거쳐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통일전망대,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서울에서 약 한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다.
게다가 거리적인 접근성은 물론이고 운영에 대한 부분에서도 부담이 없다. 실제 고성의 통일전망대의 경우에는 민통선, 즉 민간인통제선 안쪽에 있어 출입 시에 등록절차 및 준수사항이 제법 많은 편이다.
그에 반해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헤이리, 파주 NFC 인근에 위치해 있어 언제든 접근이 가능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편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곳이다.
다루기 좋은 위스퍼 디젤
개인적으로 디젤 파워트레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효율성이라는 매력은 있지만 디젤 엔진 고유의 진동이나 소음이 싫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트랙스 디젤의 디젤 엔진은 '나쁘지 않다'는 평을 내리고 싶다. 체급을 고려해도 정숙성이 준수한 편이고 또 1.6L에 불과한 배기량이지만 출력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로를 달려 오두산 전망대를 향하는 동안 정속 주행을 비롯해 속도를 높여 추월을 하며 달리기도 했었는데 대부분의 주행 상황에 능숙히 대응하는 그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에어컨이 정말 만족스럽다.
어른들이 흔히 '에어컨은 역시 대우차'라는 표현이 있는데 2018년 지금에도 이 표현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다. 40도에 가까운 날씨에도 도어를 열고 트랙스 디젤의 에어컨을 켠다면 꽤 빠른 시간 내에 실내 공간에서는 '서늘함'을 느낄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통일전망대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사실 주차장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 그래서 파주 통일전망대 휴게소에 차량을 세우고 버스를 타야한다. 참고로 휴게소 주차료가 있는데 현금만 받는다고 하니 미리 인지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차량을 세우고 버스에 올라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이동했다.
버스로 이동하는 사이 버스 안에서는 통일전망대에 대한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잘 들리지 않아 아쉬웠다.
깔끔히 마련된 오두산 통일전망대
버스에서 내려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둘러보니 무척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구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정치가 겸 독립 운동가였던 고당 조만식 선생의 동상이나 실향민을 위한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잠시 후 안내에 따라 입장권을 구매하고 전망대 안쪽으로 이동했다.
보는 즐거움이 있는 오두산 통일전망대
흔히 통일전망대라고 한다면 말 그대로 '전망대'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정말 잘 꾸며진 박물관이자 전망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망대 초입부터 독특한 전시품이 이목을 끌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편한 모습으로 안쪽을 둘러보고 있었다.
발길을 옮겨 오두산 통일전망대의 모습을 둘러보기로 했다.
기획 전시로 마련된 DMZ 아트&디자인 국제 초대전은 전세계의 아티스트들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통해 분단국가에 대한, 그리고 통일에 대한 염원 등을 느낄 수 있었다. 타이포그라피는 물론이고 컬러, 렌더링 그리고 독특한 편집 기법이 연이어 펼쳐지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실제 현장에는 아이들과 함께 전망대를 찾은 가족들은 물론이고 커플, 친구 사이로 보이는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외국인 관람객들의 진지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안쪽으로는 통일 효과과 통일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전시물들이 마련되었다. 이외에도 철책선으로 만들어진 '통일의 피아노'도 눈길을 끌었다. 참고로 이 통일의 피아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시물이다.
또한 통일에 대한 염원이나 이야기를 적으면 곧바로 화면에 노출되는 독특한 체험존도 마련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다양한 전시물 사이에서 눈길을 끌었던 건 단연 '판문점 선언문'이었다. 한참 동안 판문점 선언문을 살펴보며 미소가 절로 나왔다.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곳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전시된 것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전망대 측에서는 '그리운 내 고향'이라는 주제로 전망대 한층을 가득 채운 전시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이곳에는 실향민, 실향민의 가족들이 적은 북한 내의 생활, 집 등에 대한 기억을 새겨놓은 곳이다.
그 사이에서『나는 원산을 모릅니다. 태어나지도 않고, 가본 적도 없으니... 그러나 부모님과 대화중 10분도 않돼어 어김없이 나오는 당신들의 고향 원산. 언젠가 자식인 제가 꼭 갈겁니다.』는 한 가족의 글귀가 뇌리에 남았다. 아니 그 앞에서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전망대에 올랐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전망대에 올라 저 멀리 북한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을 특별한 말이 없이 그저 묵묵히 북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실향민, 혹은 실향민의 가족이 아닐까.. 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조금 뒤늦게 올라온 외국 관람객들은 북한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을 그 모습을 보며 그제서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망원경에 카메라를 가져다 대고 사진을 하나 찍어 보았다.
화면에 북한의 건축물이 잡혔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의 시간은 여운이 남았다.
다시 트랙스 디젤의 스티어링 휠을 잡고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전망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니 '어릴 적에 갔을 때도 그렇게 생각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에 위안과 또 20년 동안 여전히 휴전 중인 정세가 아쉽게 느껴졌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