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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따라 바뀌는 ‘주적’ 표현… 반론 의식해 연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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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따라 바뀌는 ‘주적’ 표현… 반론 의식해 연말 결정

입력
2018.08.22 17:36
수정
2018.08.22 22: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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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반도 해빙 속 수정은 불가피

北은 이미 실질적인 대화 상대

대남 군사적 위협 부정은 아냐”

美ㆍ中 등 주적 개념 사용 안 해

#2

北 핵ㆍ미사일 위협 여전히 상존

野 “정부, 심판 받게 될 것” 비난

국방부도 표현 수위 놓고 고심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국방부가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우리의 적”으로 규정했던 문구를 삭제할 것으로 알려지며 해묵은 ‘주적(主敵)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미 북한과 군사 분야에서의 대화를 시작한 만큼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정부 입장이나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수준이 실질적으로 낮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남측이 앞서 나가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에 대한 규정은 남북관계 부침을 고스란히 반영해왔다. 국방부는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북측 참석자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한 뒤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으로 “북한군은 주적”이라고 규정했다.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해빙 무드를 타자 2004년 국방백서에선 주적 표현을 삭제하고 ‘직접적 군사위협’ 등의 표현으로 대체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킨 2010년 국방백서에서 다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했고 지난 8년간 이 표현을 유지해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정부는 올해 들어 남북 간 대화가 활발해지고 북한이 어느 때보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 수위를 낮추는 데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북한 정권과 군을 적으로 규정한 문구는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미 실질적인 대화 상대가 된 만큼 이를 반영하자는 취지이지, 북한의 대남 군사적 위협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주적이라는 표현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국방부가 2001년 주요국의 주적 개념 사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미국과 중국, 일본, 이스라엘 등 대부분의 군사대국은 주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군사 전략이 달라지는 만큼 적을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적 표현 삭제를 우려하는 쪽에선 ‘속도’를 문제 삼고 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데 우리만 앞서 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의 윤영석 수석대변인과 국회 외교통일위와 국방위 간사인 정양석ㆍ백승주 의원은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낱 같은 희망에 기대를 걸고 북한 지도부에 읍소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 정부는 반드시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국방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논란을 예상한 국방부도 당장 확정 짓지는 않고, 올해 12월까지 남북관계 및 안보 상황을 지켜본 뒤 충분한 검토를 통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안으로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주적 개념 삭제 반대 여론도 낮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비핵화 문제의 진전이 지지부진할 경우 새 국방백서에 담길 북한에 대한 표현 수위를 놓고 정부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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