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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진보주자 샌더스 아들ㆍ딸 “정치입문 힘드네”

입력
2018.08.22 17:01
수정
2018.08.22 19: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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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11월 중간선거 출사표

딸은 경선 낙… 아들도 고전 중

지난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왼쪽) 상원의원 유세 현장에서 아들 레비 샌더스가 연단에 나란히 올라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왼쪽) 상원의원 유세 현장에서 아들 레비 샌더스가 연단에 나란히 올라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로 급부상한 버니 샌더스(77ㆍ무소속ㆍ버몬트) 상원의원 가문은 미국 정치사를 주름 잡은 케네디 가문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샌더스 의원의 딸과 아들이 나란히 출사표를 던져 기대를 모았지만, 딸은 이미 당내 경선에서 낙마했고 아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혈연관계가 없지만, 샌더스 의원이 직접 지지의사를 밝히며 열성적으로 선거 운동에 나선 ‘샌더스 키즈’들이 미국 전역에서 잇따라 승전보를 울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뉴욕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샌더스 의원의 아들 레비 샌더스(49ㆍ민주당)가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전했다. 레비 샌더스는 뉴햄프셔주의 연방 하원의원 1선거구에 출마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들의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일에 매진해왔고, 10여 년 전 뉴햄프셔주 클레어몬트 시의회 의원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게 정치 경력의 전부다.

레비 샌더스에게 아버지는 가장 든든한 우군이면서도, 넘어서야 할 최대의 적이다. 유권자들은 레비 샌더스라는 신인 정치인 보다는 2020년 대선 레이스 채비에 나선 아버지 버니 샌더스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레비 샌더스가 “나는 아버지의 복제품이 아니다”고 소리치고 다니는 이유다.

그러나 아버지는 역설적으로 최고의 선거운동원이기도 하다. 레비 샌더스는 샌더스 의원이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내세운 ▦전국민 의료보험 ▦시급 15달러로 최저임금 인상 ▦국공립대 무상등록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정치 후원금도 소액 모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철저하게 아버지의 길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레비 샌더스의 선거 운동 홈페이지엔 샌더스 의원의 사진이 더 크게 내걸려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제2의 샌더스 마케팅이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비 샌더스는 과격한 유세 활동으로,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은 물론 함께 레이스를 뛰는 민주당 후보들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에겐 “날카로운 혀를 내두르는 선동가” 혹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만 몰두하는 골칫거리”라는 부정적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최근에도 레비 샌더스는 경선 후보들이 모인 토론 현장에서 사회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아랑곳 없이 전 국민 의료보험 달성을 위한 구호를 거듭 외치는 등 괴짜 이미지로만 굳어지는 분위기다.

아버지가 애써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역시 레비 샌더스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샌더스 의원은 아들의 선거 출마와 관련해 “아들이 자신의 삶에서 저소득층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애써왔다는 점은 매우 자랑스럽다”면서도 “우리는 정치 왕조 가문이 돼선 안 된다”며 선거 지원에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샌더스 의원은 자신의 뒤를 이어 버몬트 주 벌링턴시 시장직에 출마한 의붓딸 카리나 드리스콜의 선거 역시 도와주지 않았다. 카리나 드리스콜은 결국 경선에서 떨어졌다. 후광효과에만 기댄 정치 대물림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레비 샌더스가 출마한 뉴햄프셔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뉴햄프셔는 2012년 총선에서 주지사직을 포함한 하원 의원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지만, 지난 대선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더 높았다. 레비 샌더스가 출마한 지역구는 캐롤 쉬어 포터 하원의원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무주공산이 됐고, 각 당의 내부 경쟁 역시 치열하다. 공화당에선 주 상원의원 출신의 앤디 샌본과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점 찍은 에디 에드워드가 맞붙는다.

민주당은 후보 난립 그 자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근무한 전직 관료 마무라 설리반부터 뉴햄프셔 민주당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 파파스까지. 이 밖에도 은퇴한 변호사, 환경 과학자, 정치학자, 육군 출신 장성 등이 줄줄이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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