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시아를 호령했지만, 오랜 기간 깊은 수렁으로 추락했던 대한민국 남자 하키가 2018 아시안 게임에서 2게임 연속 대승을 거두며 ‘12년 만의 금메달’을 향해 큰 걸음을 걷고 있다.
김영귀 감독이 이끄는 하키 대표팀은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하키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하키 남자 조별리그 A조 2경기에서 스리랑카를 8-0으로 완파했다. 이틀 전 1경기에서 홍콩에 11-0 대승한 데 이어 2게임 연속 ‘무실점 승리’를 올렸다. 팀 에이스이자 맏형인 장종현(34)이 3골을 넣으며 공격을 이끌었고 김정후(27)와 황태일(27) 황원기(25) 등 ‘젊은 피’들도 1골씩 힘을 보탰다.
남자 하키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효자 종목으로 꼽혔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를 땄다. 하지만 2002년과 2006년 2연패 이후 금메달이 없다. 2010년 광저우에서는 노메달(4위) 수모까지 당했다. 2014년 인천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2016년 리우올림픽에는 본선 진출에도 실패하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하키협회는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주전 골키퍼 이명호는 은퇴했고 에이스 이남용도 대표팀 일선에서 물러나 후배들에게 길을 터준 상태다. 2014 아시안게임 당시 막내였던 정만재(28)는 이번 대회부터 주장 완장을 찼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18명 가운데 아시안게임 경험이 있는 선수는 장종현과 정만재, 김성규(31) 등 3명뿐이고, 이 중 결승전 경험은 장종현(2006년 도하) 혼자다. 대부분이 20대 중반의 어린 선수다.
일단 대진운은 나쁘지 않다. 최강 인도(세계 랭킹 5위)와 예선에서 같은 A조에 편성됐기에 조 2위만 확보된다면 결승까지 내달릴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랭킹 14위다. 예선 마지막 5경기 일본(16위)전이 관건이다. 객관적인 전략상 우리가 한 수 위지만, 최근 일본의 전력이 향상되면서 방심은 금물이다. B조에서는 말레이시아(12위)와 파키스탄(13위)이 준결승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과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 문제는 경험 부족이다. 젊은 세대의 합류는 팀에 활력을 불어넣지만, 반대로 A매치 경험이 부족해 경기 운영이 다소 미숙한 것도 사실이다.
남자 하키는 그러나 강한 정신력으로 12년 만에 아시아 맹주 자리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김영귀 감독은 “2018 아시안 게임은 한국 하키에 큰 도전의 무대”라며 “한국 하키가 다시 아시아를 지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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